[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9> 국민 공분 부른 언행 불일치 
 과거 SNS선 “경제상태 중심으로 장학금 줘야”… 기득권층 무의식적 위선 확인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기 전인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서재훈 기자

“후보자는 학벌이나 출신과 달리 진보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이유로 비판 받는 것이 아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 때문이다. 후보자가 진심으로 변명 없이 젊은 세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6일 청문회장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한 뒤 한 달이 넘는 기간 대한민국은 ‘조국 홍역’을 치렀다. 국민이 공분한 것은 비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족 관련 위법 논란만은 아니었다.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2012년 4월 15일), “번역해준 것만으로 논문의 공동저자가 될 수 있다면 영문과 출신들은 논문 수천 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고”(2012년 10월 6일) 등 과거 자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했던 사회 비판들이, 펼쳐놓고 보니 조 장관 본인과 가족들의 이야기였던 상황에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 금 의원이 지적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정치인의 ‘말 따로, 행동 따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보의 가치를 외치고, 도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엘리트 지식인의 문제였기에 충격이 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정치인의 위선이라는 차원을 넘어 이른바 ‘86세대’의 기득권화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조 장관에 앞서 진보 언론사에 몸담았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 상가 투기 논란으로 낙마하는 등 사회 지도층에 진입한 86세대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민주화 가치를 공유하며 스스로를 정당화 시켜 온 세대가 이후 대한민국 기득권으로 편승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기득권 문화를 향유했기에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고 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개인의 내면을 성찰하고, 삶을 꾸준히 되돌아본 뒤 자신이 추구한 가치와 일치시키는 일은 민주화 가치와는 또 다른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86세대는 삶 속에서 내면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이 약했다”고 진단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사회의 ‘신뢰 자본’ 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회적 신뢰 지수가 낮다 보니, 한국인은 각자도생에 익숙하고, 이런 풍토 속에선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조국 같은 진보 인사가 언제든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력ㆍ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신뢰라고 하는 사회적 자본이 낙후해 있다”며 “정치ㆍ사회 엘리트들의 거짓말, 내로남불이 사회 자본으로서의 신뢰를 더 떨어뜨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내로남불이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김근식 교수는 “이제는 그럴싸한 구호만 외치는 정치ㆍ지식인이 알고 보면 이중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줬다”며 “시민들에게 반정치적이고 정치혐오적인 불신을 키워주게 됐다”고 했다. 윤평중 교수 역시 “진보는 민주주의ㆍ정의ㆍ공정을 외쳤고,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통해 출현한 정부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상 나을 게 없다는 인식을 줬다”며 “말과 실상이 정반대가 되고, 모순이 생기면서 사회적 학습효과로 냉소와 불신, 환멸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조 장관 사례가,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무조건적인 냉소를 보내는 풍토로 연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건, 대화와 타협, 포용과 상생을 목표로 하는 정치의 영역에선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정치 컨설턴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번 사태가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대한 맹목적 불신으로 연결된다면, 정치의 담대한 상상력을 제약시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근원적인 해법으로 86세대에 치우친 여권, 내로남불 공방에만 몰두하는 야권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세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현 정치 시장은 기존 정치 엘리트층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성장하는 걸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양당의 내로남불 공방을 넘어서는 제3의 모임, 대안세력이 커가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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