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6월 3일 청와대에서 김현종(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배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방문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갈등이 강 장관의 국회 상임위 답변 과정에서 확인됐다. 어느 조직이나 구성원 간 업무 추진 과정에서 이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조율ㆍ조정돼야 할 일들이 공개 거론되는 건 심각한 문제다. 난제가 쌓인 외교안보 분야를 책임진 청와대와 정부 조직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도대체 최소한의 책임감은 갖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당시 김 차장과 다툰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의원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간 외교가와 정치권에는 두 사람 간 갈등설이 꽤 퍼져 있었는데 공개석상에서 이를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했던 두 사람은 숙소인 호텔 내 일반인이 오가는 공간에서 영어까지 섞어 가며 큰 소리로 한참을 티격태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충돌은 그동안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외교부 간 껄끄러웠던 기류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4강 외교를 틀어쥔 청와대가 주요 현안을 일방적으로 끌고 간다는 불만이 컸다. 반면 청와대는 잇따른 의전 사고와 품위 손상 행위, 한미 정상 통화 유출 사태 등으로 외교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다.

그렇더라도 외교부 수장과 청와대 고위 참모 간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건 부적절했다. 비핵화 협상, 일본의 경제보복,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과 주한미군기지 반환 협상 등 무거운 현안들이 산적한데 고위 공직자들 간 힘겨루기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으려면 치열한 논쟁과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텐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강 장관이 ‘외교부 패싱’ 논란을 의식해 김 차장과의 갈등설을 공론화한 것이라면 자격미달이다. 차기 외교부 장관 1순위 후보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선호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김 차장이 차관급으로서 상급자와 감정싸움을 한 것은 그 자체로 문책감이다. 청와대는 언론의 확대해석을 우려할 게 아니라 흐트러진 기강부터 다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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