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피할 수 없다면 인도주의적으로 진행돼야” 목소리 내
17일 경기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해 돼지 살처분이 불가피해지자 동물단체들은 인도주의적 살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장 및 농장주가 소유한 2개 농장의 돼지 3,950두 살처분을 17일 안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살처분은 ‘가스사 방식’으로 진행된다. 돼지를 한곳에 모아 가스를 주입해 의식을 잃게 한 뒤 고통이 없는 상태에서 매장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동물단체 측은 현장에서 이 같은 살처분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애초 동물에 대한 살처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정부가 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살처분을 해야 한다면 인도주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채 팀장은 “동물보호법 제10조에 따라서 살처분 당하는 동물에 대해 순간적으로 의식을 소실 시키고 의식이 소실된 상태에서 절명에 이르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며 “이런 내용들이 현장에서 잘 지켜져야 할 것 같다. 모니터링단을 구성해서 현장에서 이 같은 지침이 잘 지켜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 2항은 축산물위생관리법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며,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채 팀장은 “가스사를 한다고 해도 돼지가 의식을 잃었는지 안 잃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며 “매몰 전 의식 소실이 중요한 건데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가스실에 돼지를 한 번 집어넣었다 빼서 그대로 묻어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이 고통스럽지 않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게 목적인데 ‘고통스럽지 않게’라는 목적 자체가 달성되지 않는 거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나리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도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면 그 방법은 인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공동대표는 “살처분 현장에서 정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살처분에 투입되는 이들도 관련 사전교육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물보호단체 측 관계자가 살처분 현장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제대로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모니터링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는 치사율이 최대 100%에 이른다. 백신이나 치료 약이 없어 한 번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
김 장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은 국산 돼지고기를 안심하고 소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검역본부 역학조사반을 현장에 파견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원인을 파악 중이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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