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서는 의심신고… 양성 확진 파주 농가 3950마리 살처분
48시간 이동중지명령… 정부 “앞으로 1주일 관건” 방역 사활
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역학 조사 및 살처분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사율 100%’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그 동안 청정국을 유지했던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지난 5월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병 사실을 보고한 지 4개월 만이다. 정부는 향후 1주일을 최대 고비로 보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북한 인접 지역에서 추가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오전 6시30분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6시쯤 경기 파주시 소재 한 돼지농장에서 “어미돼지 5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이중 2마리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온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는 급성형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접촉을 통해 주로 전파되며 바이러스 생존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으로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도 개발되지 않아, 한 번 발생할 경우 인근 500m 내에 있는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발생 농장과 농장주 가족이 소유한 농장 2곳에서 3,950마리(경기도 추산 4,700마리)를 살처분하고, 인근 농장을 중심으로 추가 발병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 이날 6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내렸다. 앞으로 1주일 간 경기에서 다른 시도로 돼지를 반출할 수 없으며, 전국 양돈농가 6,300곳에선 일제소독이 실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를 고려할 때 향후 1주일 간 방역에 사활을 건다는 입장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잠복기는 4일에서 19일 정도”라면서도 “1주일 안에 증상이 발현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지금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감염경로가 아직 파악되지 않은 데다가, 발생 농장에서 번식된 돼지를 옮겨 사육했던 농장주 가족 농장에서 최근 1주일 사이 돼지 100여마리가 타지역으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돼 추가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가족 농장에서 지난 1주일 간 인천 소재 도축장으로 출하된 돼지는 136마리에 이른다. 다만 발생 농장에서 가족 농장 외 다른 지역으로 옮겨진 돼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이날 오후 경기 연천군 한 돼지농장에서도 “돼지 1마리가 폐사했다”는 의심신고가 접수돼 정부가 즉시 정밀검사에 착수했다. 연천군은 파주시와 마찬가지로 북한과 인접한 지역이다. 검사 결과는 18일 오전에 나올 예정이다.

주로 아프리카와 동유럽에 피해를 입혀 온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발생한 뒤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퍼졌다. 북한은 지난 5월 OIE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 정부는 그 동안 전국적인 혈액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축산물 국내 무신고 반입 시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등 방역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전파를 막지 못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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