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학교 측에 서명부 전달
지난달 초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서울대에서 학생과 교수,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1만4,000여 명의 서명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서울대 학생단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서울대 총학생회, 민주화교수협의회, 민주노총 등은 17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한 달간 진행한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학부ㆍ대학원 재학생 7,845명을 비롯해 총 1만4,677명의 동문, 교수, 직원, 시민이 노동환경 개선과 청소노동자 사망에 대한 대학 측의 책임 인정 및 총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공동행동은 “학교가 지난 9일 고용노동부에 휴게실 지상층 이전 및 냉난방시설 설치 등 개선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직군인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한정,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다른 학내 노동자들의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의 재발을 막고자 한다면 학교는 모든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포괄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서울대 시설노동자와 학생들도 발언에 나섰다. 최분조 서울일반노조 서울대 시설분회장은 “2000년부터 서울대에 노조를 설립하고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서며 10년이 넘도록 개선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한 번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며 “사고가 발생하니 내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귀한 목숨이 떠났지만 남아있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개선사항을 끝까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매일 수많은 곳을 쓸고 닦던 노동자에게 허락된 공간은 지하계단아래 구석의 환기도 되지 않고 에어컨도 창문도 없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교도소 독방보다도 작은 1평짜리 공간뿐이었지만 서울대는 사망원인이 고인의 지병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학교는 상황 수습을 위한 보여 주기식 대응이 아니라 이제라도 현실을 바꾸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고인의 추모공간이 마련된 중앙도서관 통로까지 행진한 뒤 서명문을 기획부총장실에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A(67)씨는 서울대 공과대학 제2공학관 직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심장질환을 앓았던 A씨는 수술을 앞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노동자 사망을 계기로 열악한 휴게실 환경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가 서울대 일부 휴게실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학교 측은 지난 9일 노동부에 휴게실 개선 계획서를 제출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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