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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산천어, 케이블카, 로봇태권V

입력
2019.09.17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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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관계자들이 16일 서울스퀘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부동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관계자들이 16일 서울스퀘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부동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화천군의 ‘산천어 축제’는 겨울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다. 매년 1월 화천천 2.1㎞ 구간 물길을을 막아 양식 산천어를 방류해 가둔 뒤 맨손으로 잡게 하는 이 축제에는 2003년 첫해 22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뒤 올해 184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인구 2만6,000명인 화천군이 축제기간 며칠 동안 벌어들인 수입이 60억원이다. 놀랄 만한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형태의 축제를 너도나도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축제가 양식이나 생계를 위한 낚시와 달리 인간의 놀이를 위한 물고기 학대라며 중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8년 동안 논란을 벌였던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16일 원주지방환경청의 ‘부동의’ 결정으로 무산됐다. 오색약수터에서 설악산 끝청까지 사업예정 구간에 “산양, 하늘다람쥐, 담비, 무산쇠족제비, 독수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13종”이 살고 있고 다수의 희귀식물까지 분포해 있는데 이런 동식물 보호 대책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환경 훼손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은 이제 그만하자는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사업시행자인 양양군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 오색케이블카를 추진했던 양양군이나 지역민들이 환경 보호라는 대의명분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의욕을 내는 이유가 있다.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구호를 비웃기라도 하듯 수도권 인구는 불어나기만 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인구가 빠져나가기만 하는 지자체는 앞으로 30년 안에 시ㆍ군ㆍ구와 읍ㆍ면ㆍ동의 40%가 소멸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와 있다. 산천어 축제도, 케이블카도 지역민 시각으로 보면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불허된 날 전북 무주군이 향로봉(420m) 정상에 설치하려던 33m 높이 로봇태권V 조형물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형물은 해마다 세계태권도엑스포를 여는 태권도 고장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무주읍 일대에 70여억원을 투입할 태권브이랜드 사업의 일부였다. 경관 훼손을 알고도 이 계획을 추진한 이유를 무주군수는 “이농과 저출산, 경기 침체 등 무주군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극복”하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방 소멸’에 대처할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면 동물축제나 케이블카 사업은 계속될 게 뻔하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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