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대표 동생이 소속사 가수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다면, 이 기획사 소속의 다른 미성년자 연예인은 이 사건을 이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이돌 그룹 소속 연예인의 상당수가 미성년자인 국내 연예계 현실을 고려해, 연예기획사가 전속계약과 관련해 준수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하겠다는 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국악소녀’로 잘 알려진 국악인 송소희(22)씨의 전 소속사 대표 A씨가 송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송씨의 전속계약은 2014년 6월 적법하게 해지됐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송씨는 2013년 7월 A씨의 회사와 계약기간을 2020년 7월까지로 하고 수익 배분을 5대 5로 정하는 내용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A씨의 동생이 소속사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자, 송씨의 아버지는 이를 이유로 그해 11월 계약 해지를 구두로 통지했다. 이어 2014년 6월에는 “동생이 소속 가수를 성폭행해 재판을 받는 등 도저히 도덕성을 믿을 수 없게 돼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A씨에게 보냈다.
이에 A씨는 “송씨가 전속계약에 따라 5대 5로 분배해야 할 정산금을 2013년 8월 이후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5억2,022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소속사 대표 동생이 소속사의 다른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다른 연예인 전속계약의 해지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ㆍ2심은 “A씨 동생이 소속사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상황은 당시 미성년자인 송씨의 연예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A씨 동생이 송씨의 차를 운전하게 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6월 송씨 아버지가 내용증명을 A씨에게 보낸 때 계약이 해지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의 정산금과 소속사가 송씨의 연예활동을 위해 지출한 비용 등을 합한 총 3억700여만원을 소속사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전속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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