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장관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원인 조사할 것”
‘100% 치사율’ 가축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지만, 유입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그동안 전파 경로로 제기돼 온 여러 가능성에 이번 발병 농장이 모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밀 역학조사에 나섰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금으로서는 눈에 드러난 발생 경로를 우리들이 당장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모든 가능성을 감안하면서 역학조사반을 투입해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 역시 “발병 농장이 현대화된 농장에 속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원인을 찾기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농식품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발생 농장은 지금까지 전파 경로로 지목돼 왔던 어떤 경우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우선 바이러스가 있는 돼지의 부산물이나 이를 가공한 식품(햄ㆍ육포 등)이 섞인 잔반(사람 음식물) 사료를 사육돼지가 섭취했을 가능성은 낮다. 발생 양돈농장에서는 잔반 대신 업체에서 공급받은 사료를 돼지에게 먹여 왔기 때문이다.
사람을 통해 전파됐을 확률도 높지 않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장주 가족과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최근 해외를 방문한 적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지 않은 네팔 출신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북한 국경 인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야생 멧돼지를 ‘숙주’ 삼아 국내로 넘어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농장이 비무장지대(DMZ)로부터 최단거리로 6㎞, 한강으로부터 3㎞ 떨어져 있어 멧돼지가 육로나 수로를 통해 이동,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병 농장은 창문 없이 밀폐된 형태인 데다 멧돼지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어, 멧돼지가 접근했더라도 사육돼지와 직접 접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발병 농가 돼지들은 지난 2월과 6월에 각각 진행된 혈청 검사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간 알려졌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경로가 차단됐던 만큼 일각에서는 조류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의 사체를 뜯어 먹은 조류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다”며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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