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삭발을 단행하면서 정치권 삭발의 역사에도 관심이 쏠린다.정치권에서 '삭발'은 '비장함'을 표한하는 것으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투쟁을 의미한다. 이에 삭발 감행은 해당 정치인의 결기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종종 사용된다.정치권에서 삭발은 주로 야당 정치인들의 전유물로 취급됐다.
첫 정치인 삭발은 1987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권의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당시 신민당 소속이었던 박찬종 전 의원은 김영삼·김대중 양김 대선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삭발·단식 투쟁에 나섰다.1997년에는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한 김성곤 당시 국민회의 의원이 삭발을, 1998년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정호선 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삭발을 했다.
2004년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설훈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삭발을 했다. 설 의원은 탄핵 철회와 지도부 퇴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하기도 했다.2007년 2월 김충환, 신상진, 이군현 의원 등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3인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삭발을 했다.
이규택 의원도 2007년 자신의 지역구(경기도 이천)에서 하이닉스 공장 증설 불허에 반발해 삭발했다.2010년에는 세종시 수정안 결사저지를 위해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자유선진당 소속인 류근찬·이상민·김낙성·임영호·김창수 의원과 현 충남지사인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삭발을 감행하며 여당을 압박했다.18대 국회에서는 통합진보당 김선동·김재연·오병윤·김미희·이상규 의원 5명이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단체로 삭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진당은 결국 해산됐다.20대 국회 첫 삭발은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시작했다. 박 의원은 올해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스스로 삭발을 했다.이후 이장우, 윤영석, 성일종 한국당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릴레이 삭발에 돌입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는 첫 삭발은 무소속인 이언주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10일에, 이어 박인숙 한국당 의원은 11일에 삭발을 하면서 그 동안 남성의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삭발이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의원의 투쟁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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