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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설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실상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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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설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실상 백지화

입력
2019.09.16 18:47
수정
2019.09.16 19:3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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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양양군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 양양군 강력 반발, 행정심판 등 제기할 수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노선도. 환경부 제공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노선도. 환경부 제공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2011년 양양군이 환경부에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시범사업을 신청한 후 8년 동안 이어진 논쟁 끝에 최종적으로 내려진 결론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남설악의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설악산 위 끝청 하단(해발 1,480m)을 잇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과 관련,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부동의’ 결론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주청은 부동의한 이유에 대해 “설악산의 자연환경, 생태 경관, 생물 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과 설악산 국립공원 계획 변경 부대조건 이행방안 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시행 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협의회 구성 때 추가 논의는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했기에 사실상 최종 협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갈등의 장기화를 방지하고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사업을 적극 발굴하여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1982년 강원도가 설악산 제2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해 시작된 사업으로, 양양군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 건 2011년이다. 양양군은 2011년 오색∼대청봉 노선과 2012년 오색∼관모 노선으로 두 차례 환경부에 사업을 신청했다가 모두 부결되자, 노선을 오색∼끝청 구간 3.5㎞로 바꿔 2015년 4월 다시 신청했다. 같은 해 8월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으나 문화재청에서 부결돼 또다시 좌초되는 듯했다. 그러다 2017년 6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이 청구한 행정심판에서 양양군의 손을 들어줘 재개될 수 있었다.

이번에 원주청이 부동의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양양군이 보완 과정을 거쳐 2년 6개월 만인 올해 5월 제출한 것이다. 원주청은 2016년 11월 동ㆍ식물상 현황 정밀조사, 공사ㆍ운영 시 환경 영향예측,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대책, 공원계획변경승인 부대조건 이행방안 등과 관련해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의 보완을 요청한 바 있으나 제출된 평가서에는 요구 사항 대부분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청은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대해 이 사업과 관련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7차례에 걸쳐 운영한 결과, 외부위원 12명 가운데 ‘부동의’ 4명, ‘보완 미흡’ 4명, ‘조건부 동의’ 4명으로 의견이 갈렸다고 밝혔다.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 국립생태원 등 전문 검토기관과 분야별 전문가도 사업시행 시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단편화, 보전가치 높은 식생의 훼손, 백두대간 핵심구역의 과도한 지형변화 등 환경영향을 우려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천연기념물이자 국립공원인 설악산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 만큼 국내 자연 생태계에서 중요한 곳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 일지. 그래픽=강준구 기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 일지.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 결정에 환경 단체는 일제히 환영했지만, 숙원 사업이 좌절된 데 대한 지역 주민의 반발이 커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자체가 ‘최종 결론 후 추가 논의는 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뒤엎고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또다시 제기하면 찬반 논쟁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ㆍ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 설악권주민대책위원회, 종교환경회의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앞 농성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농단 세력에 휘둘렸던 국립공원위원회의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매우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진하 양양군수는 이날 군청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가 시범사업으로 (조건부) 승인해 주고선, 이제 와서 보완사항의 조건을 가지고 부동의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불법적 행정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는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을 만나 “도민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의 이번 결정으로 전국 10여곳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 중이거나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남 통영 등 일부 지역 관광용 케이블카가 연간 100만∼2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지역경제 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하자 지리산, 소백산, 속리산, 치악산 등 국립공원에서만 10곳이 케이블카 설치 사업 지역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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