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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피뎀 혈흔, 피해자의 것” 코너 몰린 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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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피뎀 혈흔, 피해자의 것” 코너 몰린 고유정

입력
2019.09.16 18:53
수정
2019.09.16 20: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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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16일 오후 세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16일 오후 세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의 세번째 공판이 16일 제주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차량 내부에 있었던 붉은색 담요에서 발견된 숨진 전 남편의 혈흔에서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이 검출됐다는 증언이 나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졸피뎀 검출 여부는 고씨의 계획적 범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로, 이번 증언으로 계획적 범행에 무게가 쏠리기 때문이다. 앞서 고씨 측은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이 피해자 것인지, 피고인의 것인지 확인이 안됐다고 주장해왔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정봉기)는 16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고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압수물에서 피해자의 혈흔을 확인하고 졸피뎀을 검출한 대검찰청 소속 유전자(DNA) 감정관과 화학감정관 등 2명에 대한 검찰측 증인심문이 진행됐다.

이날 증인심문 과정에서 검찰 측과 고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고씨의 계획적인 범행 증거로 제출한 졸피뎀과 혈흔 감정결과 내용 중 피해자의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됐는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유전자 감정관은 “증거물 중 하나인 붉은색 담요에서 사람의 피인 인혈(人血) 7개가 나왔는데, 그 중 4개에서는 피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 다른 혈흔 1개에서는 피해자와 고씨의 유전자가 동시에 검출됐으며, 나머지 2개는 유전자가 충분치 않아 특정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에 선 화학감정관은 “붉은색 담요에 있는 인혈 2개에 대한 약독물 검사를 실시한 결과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고 진술했다. 해당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혈흔에서는 피해자의 유전자도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고씨 측 변호인은 “붉은색 담요에서는 졸피뎀이 나왔지만 피고인의 혈흔도 나왔다. 피에는 이름이 쓰여 있지 않으니, 누구의 피에서 졸피뎀이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이를 입증할 감정결과가 없다”고 감정결과에 의혹을 제기했었다.

결국 증인 심문 결과 붉은색 담요에서 발견된 혈흔 2곳에서 졸피뎀 성분과 피해자의 유전자가 함께 검출됐다는 증언이 제시되면서, 고씨 측의 주장은 힘을 잃는 대신 계획적인 범행 가능성은 커졌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열릴 예정인 4차 공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2명을 추가 증인으로 불러 고씨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진위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고씨는 처음으로 입을 열고 모두 진술 기회를 달라고 울먹이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차 공판 당시 모두 진술할 기회를 줬지만 피고인이 직접 진술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고, 사전에 변호인이 작성해 제출한 진술 내용도 변호인이 1차 공판 당시 진술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거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고씨가 울먹이며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거듭 요청하자,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본인이 직접 작성해 온다면 10분가량 자신의 의견을 직접 말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고씨는 이날 또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오던 모습과는 달리 얼굴을 들고 들어와 자리에 앉은 뒤 머리를 쓸어 넘기며 얼굴을 드러냈고, 재판 중간에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는 등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인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살인과 사체손괴ㆍ은닉 혐의로 지난 7월 1일 구속기소됐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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