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방어체계로 날개 길이 3m 이하 탐지 어려워… 軍, 레이저무기 개발 등 요격 체계 점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의 핵심 석유시설이 친(親)이란계 군사 세력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드론 공격에 대응할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북한이 수차례 드론을 활용해 국내 방공망을 뚫고 있지만, 국내 주요 기간시설 대다수는 여전히 드론 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번 드론 공격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저비용의 드론 10대만으로 국가 기간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예멘 반군의 드론 ‘삼마드-1’은 대당 수백만원에서 1,000여만원 안팎이면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문제는 현재 우리 군의 방어 체계로는 북한산 드론을 탐지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소형 드론은 레이더반사면적(RCS)이 작고, 저(低)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대공 레이더로 이를 탐지하기 쉽지 않다. 권용수 국방대 교수는 16일 “드론 표면에 특수도료를 칠하면 탐지가 더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2014년 경기 파주, 인천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북한산 소형 드론이 추락 상태에서 발견됐고, 2017년 강원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드론에선 경북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부지를 촬영한 사진이 나왔다. 지난달 12~13일엔 국가 1급 보안시설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인근 상공에 드론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소형 비행체가 출몰하기도 했다. 군 당국자는 “우리 군의 레이더론 날개 길이 3m 이하 드론을 탐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발(發)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미림항공구락부(클럽) 시찰 당시 사진들을 보면 드론에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모습이 자주 잡힌다”며 드론 공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드론에 자율주행 장치를 장착하면 소형 순항 미사일과 같은 원리의 무기가 될 수 있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핵심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 방어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2014년부터 드론 주파수를 무력화하는 방식의 이스라엘제 ‘드론 테러’ 방어용 탐지레이더를 청와대 등 수도권 핵심 방어시설에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군 당국은 이번 사우디 테러를 계기로 기존에 수립한 드론 탐지ㆍ추적ㆍ요격 체계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소형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드론 공격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센터장은 “소형 드론으로 탑재할 수 있는 폭탄은 10kg 이하로 자동차 1대 파괴하기도 힘든 수준”이라며 “핵심 시설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수백kg 이상의 폭탄을 장착해야 하는데, 그 정도 대형 드론은 충분히 탐지ㆍ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5년 전 일이긴 하지만, 국방부와 합참이 2014년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추락한 북한 소형 무인기 3대를 복원해 비행 시험을 한 결과, 탑재된 엔진과 카메라 모두 1980년대에 제작된 수준이었고, 3~4kg 무게의 폭탄을 달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