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드론 공격으로 폭격당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브카이크 석유시설에서 까만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플래닛랩스사 위성에 포착됐다. 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시설과 유전이 무인기(드론)들의 공격을 받아 멈춰선 가운데 공격 원점과 수단 등을 놓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공격 직후 예멘의 후티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했지만 위성 사진 등 증거들은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CNN 방송은 15일 미국 정부 관계자와 안보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이번 드론 공격이 이란이나 이라크 남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요 근거는 드론이 시설을 타격한 각도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위성 사진을 보면 피습 시설은 하나같이 서쪽이나 북서쪽 부분에 공격을 받았다”며 “(사우디 남쪽에 위치한) 예멘에서 날아온 드론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CNN에 설명했다.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쿠웨이트 정부가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직전 자국 상공을 지나는 드론을 포착했다고 밝히면서 공격 원점에 대한 의혹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일부 중동 매체들 역시 드론이 이라크 국경 방향에서 날아왔다며 이란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무장조직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실제 이라크 남부는 친(親)이란 민병대와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의 활동 거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라크 정부는 연루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외에도 후티 반군의 주장을 흔드는 근거는 많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사우디 시설은 19곳”이라며 “후티는 총 10대의 드론을 동원했다고 주장했지만 10대만으로 표적 19개를 타격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레이더 탐지망에도 잡히지 않는 소형 드론이 1,300㎞ 이상 떨어진 아브카이크 석유시설에 도달할 수 있는지도 갑론을박의 대상이다. 후티 반군이 보유한 드론 다수는 비행거리가 300㎞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미국산 정찰용 드론을 복제하며 기술을 발전시킨 이란이 후티 드론의 성능 개선을 돕고 있긴 하지만, 신형 장거리 모델로도 성공시키기 어려운 작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16일 사우디군의 투르키 알 말리키 대변인은 석유시설 피격과 관련,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격에 사용된 무기들은 이란산“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우디 석유시설이 드론 뿐만 아니라 미사일 공격까지 받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ABC뉴스에 “이란이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하면서 순항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란이 드론을 보냈으며, 10대가 아닌 20대 이상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모든 증거가 정교한 순항미사일이 사용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