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카오룽베이 지역 쇼핑몰 아모이 플라자 밖에서 14일 시민들이 반중 시위대(오른쪽)와 친중 시위대로 나뉘어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16일로 꼭 100일을 맞았다. 전날에도 수만 명이 거리를 행진하며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내뿜었다. 반면 양상은 사뭇 달라졌다. 폭력 시위에 반대하는 친중국 성향 시민들이 점차 목소리를 내면서 홍콩이 둘로 쪼개져 서로 맞붙는 양상이다.

지난 4일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전격 철회 선언으로 시민들은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을 무산시키는 전리품을 챙겼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반정부 행동의 명분이 약해지면서 시위 규모가 예전에 비해 확연히 쪼그라들었다. 내달 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 잔칫상을 앞두고 적진을 가르려는 중국의 분열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15일 시위는 홍콩 사태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경찰이 집회를 불허한 터라 지난달 31일처럼 경찰과 시위대의 정면승부가 예상됐다. 특히 6월 16일 200만명, 8월 18일 170만명이 집결했던 기록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규모는 수만 명에 그쳤다. 오성홍기를 태우고 화염병과 최루탄, 실탄 경고사격을 주고 받으며 곳곳에서 불이 타오르는 기존 시위의 양상을 반복했다. 오히려 반중ㆍ친중 시위대가 6월 9일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처음으로 정면 충돌하면서 25명이 병원에 실려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중국은 안도하면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관영 환구시보는 15일 “소수의 폭력 시위자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과격 시위 참가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 사회는 더욱 강력하게 공동의 이익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찰자망은 ‘중국 국가 부르기’ 집회를 소개하며 “홍콩 주민들이 사회 혼란보다 통합을 염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경찰의 공권력을 앞세워 시위대를 폭도로 몰아세우며 뿌리를 뽑으려던 것과 달리, 이제는 가급적 친정부 성향 시민들을 선봉대로 내세워 홍콩 시위대의 응집력을 약화시키려는 계산이다.

동시에 부쩍 악화된 홍콩 경제 수치를 재차 거론하며 시위대를 압박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홍콩국제공항 8월 이용객이 전년 대비 12.4% 감소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저치이고 화물량도 11.5% 줄었다”면서 “반면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深圳) 공항은 승객 9.2%, 화물량 7.1%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위대가 이달 들어 주춤한 모양새지만 반격 카드는 남아있다. 조슈아 웡(黃之鋒)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17일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청문회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특히 그는 내달 재개되는 미중 무역협상에 홍콩 문제를 의제로 넣어달라고 촉구할 것으로 알려져, 미 측 반응에 따라 홍콩 시위의 물줄기가 다시 거세질 수도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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