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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삭발 예고에… 돌아보는 ‘삭발 정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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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삭발 예고에… 돌아보는 ‘삭발 정치사’

입력
2019.09.16 15:5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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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부터 이어진 정치인들의 삭발투쟁 

 한국당 ‘릴레이 삭발’ 이어질지도 주목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항의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제1야당 대표로는 처음인 황 대표의 삭발투쟁에 과거 삭발로 결기를 드러냈던 정치인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주로 노동계에서 강력한 투쟁을 독려하기 위해 사용하는 투쟁 방식인 삭발은 정치권에서도 간간히 등장했다.

 ◇삭발 원조 정치인은 누구 

정치권의 삭발 원조로는 박찬종 전 통일민주당 의원이 꼽힌다. 박 전 의원은 19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김영삼 두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삭발을 감행했다. 당시 같은 당 소장파 의원들이 집단 삭발을 할 계획이었으나, 박 전 의원은 “앞으로 할 일이 많을 테니 내가 대표로 하겠다”고 만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0분 만에 삭발을 마쳤다. 결국 단일화가 무산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박 전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서 13~14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됐다.

박찬종 전 통일민주당 국회의원이 1987년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며 삭발식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찬종 전 통일민주당 국회의원이 1987년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며 삭발식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한 김성곤 전 국민회의 의원이나 1998년 나주시장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정호선 전 새정치국민회의 의원도 삭발로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은 민주당의 설훈 의원이다. 지금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인 설 의원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당 지도부가 정상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 삭발과 함께 단식 농성에 들어간 바 있다.

 ◇집단 삭발까지 등장 

2000년대 이후로는 주로 ‘집단 삭발’이 감행됐다. 2007년 김충환 신상진 이군현 의원 등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원내부대표 3명은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머리를 밀었고, 결국 당시 한나라당 뜻이 반영된 사학법 재개정안이 국회에서 합의 처리됐다. 이로부터 3년 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세종시 수정안 철회를 요구한 당시 이상민 민주당 의원 등 충남에 지역구를 둔 5명 의원의 집단 삭발식도 뜻을 이뤘다. 같은 해 6월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2013년 11월 통합진보당 의원단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사수결의대회에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항의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2013년 11월 통합진보당 의원단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사수결의대회에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항의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집단 삭발이 늘 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앞두고 소속 의원 5명은 모두 삭발을 단행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지만 끝내 당 해산을 막진 못했다.

 ◇야권 ‘릴레이 삭발’ 성공할까 

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들과 지역 위원장이 5월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들과 지역 위원장이 5월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삭발투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집단은 바로 한국당이다. 올해 5월 한국당 김태흠 성일종 이장우 윤영석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 등 5명이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삭발했다. 보좌관, 당원, 의원실 인턴 등이 이들의 머리를 깎아줬다.

삭발하고 있는 이언주(왼쪽) 무소속 의원과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삭발하고 있는 이언주(왼쪽) 무소속 의원과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이어 조 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조국사태’를 두고 이달 10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국회에서 머리를 밀었다. 한국당 박인숙 의원도 다음날 삭발했다. 여기에 황 대표까지 삭발을 결정하면서 야권의 ‘릴레이 삭발’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 의원의 삭발식을 지켜보던 황 대표는 당시 당 대표 차원에서 릴레이 삭발을 독려할 계획을 묻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강구하고 추진하겠다고”고 답한 바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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