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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휩쓸던 기능올림픽 3위 추락, 우리 사회 기능인 대접 보는 듯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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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휩쓸던 기능올림픽 3위 추락, 우리 사회 기능인 대접 보는 듯 씁쓸”

입력
2019.09.17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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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금 명장’ 배명직 기양금속공업 대표 

 “기능인 천대 속에 인재들 떠나… 도금산업은 대 끊길 위기다” 

9 경기도 안산 기양금속공업 연구실에서 만난 배명직 대한민국 명장은 “기능인을 존중하고 대우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산= 홍인기 기자
9 경기도 안산 기양금속공업 연구실에서 만난 배명직 대한민국 명장은 “기능인을 존중하고 대우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산= 홍인기 기자

“한국의 도금(표면처리) 산업은 대(代)가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30~40년 전에도 도금 같은 3D업종은 기피 대상이었지만,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기능인을 천대하는 문화는 여전하고, 이에 실망한 젊은 인재들도 더 이상 도전하지 않고 있어요.”

지난 9일 오전 경기 안산도금단지에서 만난 도금(표면처리) 분야 대한민국 명장 배명직(60) 기양금속공업 대표는 숙련공 고령화로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의 위기에 대해 이렇게 탄식했다. 고용노동부는 국내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을 갖췄다고 인정된 기능인을 ‘대한민국 명장’으로 해마다 선정한다. 기능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숙련 기술자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함이다. 배 대표는 2007년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고, 현재 기능한국인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배 대표는 산업화 시대의 발전을 견인한 기능인들의 대를 이을 젊은 인재가 줄어드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지난달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기능올림픽 대회에서 40여년 만에 종합 3위를 기록한 것도 ‘기술인력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카잔에서 직접 선수단을 지켜봤다는 배 대표는 “중국이나 러시아는 기능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보니 선수들이 전지 훈련도 가는 등 전폭적 지원을 받았지만, 우리 선수단은 지원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능올림픽에 참가해도 국내 언론에선 많이 보도해주지 않아 젊은 세대는 아예 이런 대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며 “기능인을 존중하고 대우해주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젊은 세대가 이런 일에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관심을 호소했다.

뿌리산업 현장에 젊은 세대가 뛰어들려면 기능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산업의 비전 제시가 병행돼야 한다. 배 대표는 “기술은 갈고 닦을수록 숙련도가 높아져 평생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직업계고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기술 현장의 모습과 가치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도금 산업 현장에 청년들이 오지 않아 인력난이 심각하지만, 도금 분야에 열정이 있고 창업을 꿈꾸는 인재에게는 반대로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며 “기능인들도 산업에 대한 비전을 후속 세대에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산=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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