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내 회담 가능성 시사… 두 정상 모두 ‘노딜 재연’ 부담
볼턴ㆍ김영철 등 강경파 사라져… 실무협상서 매듭 풀지가 성패 핵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어느 시점에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올 2월 베트남 하노이 담판 당시 비핵화ㆍ반대급부 합의에 실패한 채 헤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만나 극적 타결을 이뤄낼 수 있을까. 북미 실무진에게 주어진 협상 시간, 즉 ‘골든 타임’은 앞으로 한 달 남짓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두 정상한테 결정이 맡겨지는 바람에 벌어진 ‘하노이 노딜’이 재연되지 않도록 서로 성의를 보이고 상대방 의중을 헤아리며 불확실성을 지워가는 모습이다.

하노이 노딜은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까지 확보하고 첫 걸음도 크게 내디디려고 ‘빅딜’을 요구한 미국과, 적개심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형편에서는 작은 거래(‘스몰딜’)를 차곡차곡 누적해 신뢰가 쌓아야 한다고 여긴 북한이 결국 정해진 일정에 쫓겨 별 완충 장치 없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빚어진 참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때문에 다음 북미 정상회담 성패의 관건은 실무협상을 통해 양측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내느냐다. 일단 정상 간 톱다운(하향식) 합의에 매달려 온 북한이 정상국가 간에 통용되는 보텀업(상향식) 정상회담 준비 방식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자체가 큰 진전이라는 게 외교가 해석이다. 12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조미(북미) 실무협상은 수뇌(정상)회담에서 수표(서명)하게 될 합의문에 담아내는 내용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인정했다.

타협에 호재로 볼 만한 요인들도 적지 않다. 우선 양측 협상 진용에서 초강경파 인사가 빠졌다. 하노이 회담 준비 협상 때까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고위급 카운터파트였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2월 말 회담 직후 일선에서 물러났고, ‘선(先)비핵화’론과 ‘빅딜’안을 고집한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경질됐다. 더불어 북한이 대화 의향 표명 뒤 곧바로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한 일이나(10일) 미 재무부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3개 해킹 그룹을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린 것도 북미 양측이 자위권 확보 차원 재래식 무력 강화(북)나 제재 유지(미)는 양보하기 힘든 마지노선임을 각각 상대방에게 미리 천명해 협상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더 이상 교착된 협상을 느긋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북미 두 정상의 의지가 타결을 추동하는 핵심 동력이다. 김 위원장이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당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박은 건 대북 외교 치적을 발판 삼아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심산에서이고,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최 부상 담화 이후 연내 회담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대미 성과가 연내에 절실한 건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5일 “내년이 경제 개발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그 이전에 제재 해제가 아니어도 경제에 매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안보 환경 마련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도 “흐름상 10월 중순까지 북미 실무협상에서 결실을 맺지 못하면 김 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 넣을 실적이 마땅치 않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한 양측 간 이견이다. 하노이 노딜 뒤 북미가 공개 발신한 메시지에는 양측의 비핵화ㆍ보상 교환 방안 관련 입장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볼 내용이 딱히 없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미국 논리가 북한을 신뢰하려면 비핵화 최종 상태부터 밝혀야 한다는 거라면, 비핵화 범위를 정하거나 리스트를 내놓는 건 신뢰 없이 할 수 없으니 단계적으로 가자는 게 북한 주장”이라며 “이에 대한 절충점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하노이 노딜 뒤 북한이 제재 해제에서 체제 안전 보장으로 비핵화 상응 조치 요구 내용을 바꿨고, 미국이 이에 대한 호응으로 보일 법한 신호를 최근 거듭 발신하는 상황은 긍정적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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