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경질 후 대북 유화 발언 잇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볼티모어에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만찬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슈퍼 매파로 통하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한 뒤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대북 유화적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내년 대선 승리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 타결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예고된 북미 실무 협상이 실제 재개돼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는지가 3차 정상회담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추석 연휴기간에 들어갔던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올해 어느 시점에 김정은과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느 시점에 그렇다”며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틀림없이 그들은 만나기를 원한다”며 "나는 그것이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 계산법을 수용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지켜보려고 한다"고 즉답을 피한 채 "나는 북한이 만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아마 들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란이 만나기를 원하고 중국이 협상을 타결하길 원한다는 걸 여러분에게 말할 수 있다"며 "많은 흥미로운 일들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이튿날인 11일에는 "볼턴이 김정은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매우 큰 잘못”이라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터프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지 못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비아 모델 언급에 대해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볼턴 전 보좌관을 여러 차례 저격했고 북한이 강하게 반발한 리비아 모델도 공개 부정해 북한에 확실한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에 엄청난 뭔가가 일어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이제껏 가장 믿을 수 없는 실험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보좌관 경질 전날 이란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고 미국 NBC 방송이 14일 볼턴 측근을 인용해 전했다. 이란 제재 완화에 반대한 볼턴 전 보좌관이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때문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볼턴 측 주장인데, 이는 북한에 대한 제재 문제를 두고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외교 정책의 승리를 몹시 원하고 있다며 “볼턴 퇴장을 계기로 그의 비둘기파적인 본능을 마음껏 표출할 자유를 갖게 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유화 발언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온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모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의 비판 여론을 달래는 행보도 보였다. 미국 재무부는 13일 북한의 해킹 그룹 3곳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해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견인하기 위해 대북 제재로 압박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북한이 이 같은 미국의 강온 양면 기조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북미 실무 협상 재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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