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양적완화 11월부터 무기한 재개
美ㆍ日도 완화 조치 전망… 환율전쟁 전선 확대 가능성
[저작권 한국일보] 주요국 중앙은행의 최근 완화적 통화정책 그래픽=송정근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재개, 마이너스 정책금리 추가 인하를 포함해 3년 만에 가장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내놨다. 최근 10년 만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미국에 이어 또 다른 선진경제권인 유로존이 통화정책 방향을 튼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 차원에서 ‘돈 풀기’ 흐름이 강회되고 주요국 간 환율전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1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ECB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역내 시중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적용하는 ‘예금금리’를 종전 -0.4%에서 -0.5%로 낮췄다. 2016년 3월 이래 첫 인하 조치다. 또 다른 정책금리인 기준금리(0%)와 한계대출금리(0.25%)는 동결했다. ECB는 또 지난해 말 종료한 양적완화(채권 매입을 통한 시중자금 공급)를 오는 11월부터 무기한 재개한다고 밝혔다. 채권 매입 규모는 월 200억유로(26조3,000억원)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기 약세가 기존 예상보다 오래 갈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확대, 신흥시장 불안을 이유로 들었다. ECB는 이날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2%에서 1.1%로, 내년 성장률은 1.4%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드라기 총재는 “재정정책이 경기 회복에 주요 수단이 돼야 한다는 점에 만장일치 합의가 있었다”며 유로존 회원국의 재정 확대를 촉구했다.

시장은 ECB 결정에 “예상보다 완화적”이라는 반응이다. 12일 당일 유럽과 미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ECB 내부에선 이번 결정에 이례적으로 공개 반발이 속출했다. 옌스 바이드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은데, 도가 지나쳤다"고 말했고,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비판에 가담했다. 모두 재정 건전성이 뛰어나 ECB로부터 선도적인 확장 재정정책을 요구 받는 국가들이다. 이들 입장에선 ECB가 통화정책 수단을 과도하게 소진해 자국 부담을 키웠다고 볼 만한 상황이다.

시장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씨티는 “ECB가 가용한 통화정책 수단을 대부분 동원했기 때문에 추가 완화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11월 취임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신임 총재가 확장적 재정지출을 견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로존 주요국 국채 금리는 통화완화 결정이 무색하게 12~13일 큰 폭으로 상승(가격 하락)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당장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17~18일)와 일본은행(18~19일)가 보다 완화적 조치를 취할지가 관심이다. 지난 7월 말 직전 회의에서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연준에 대해선 이달 재차 금리를 내릴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연준보다는 가능성이 낮지만 일본은행 또한 이미 마이너스 수준인 기준금리(-0.1%)를 더 낮추거나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주요국의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의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로 번진 상황에서 ECB의 조치가 환율전쟁 전선을 확장시킬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CB의 결정 직후 트위터에 “ECB가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 수출에 타격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연준은 앉아만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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