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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일본 전범기업 구매 제한 조례안 제정’ 주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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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일본 전범기업 구매 제한 조례안 제정’ 주춤 왜?

입력
2019.09.15 18:05
수정
2019.09.15 23: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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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 범위ㆍ제한 품목 모호… 외교갈등 확대 우려” 분석

지난달 14일 전국 17개 광역의회 의원 29명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제정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제공
지난달 14일 전국 17개 광역의회 의원 29명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제정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제공

지난달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전국 17개 광역의원들은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 제정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과 부산시의회는 지난 6일 각각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조례안은 일제의 태평양전쟁을 지원한 미쓰비시중공업 등 284개 업체를 전범기업으로 지정하고 이들 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노력 의무를 다하도록 했다.

강원도의회도 지난 10일 ‘강원도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충북도의회도 조례 공포 절차만 남겨놓았다. 전남도의회는 19일 조례안을 상정키로 했고, 대구시의회는 청와대와 외교부, 17개 시도의회 의장이 참석하는 긴급간담회 이후 상정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봇물처럼 이어지던 지자체의 일본 전범 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하는 조례 제정 추진이 최근들어 주춤해졌다. 세종시의회가 지난 10일 제57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조례안 의결을 보류했고, 충남도의회는 상임위원회가 가결한 같은 내용의 조례안을 지난 6일 열린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폐회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조례 제정 추진이 주춤한 것은 조례안에 명시된 전범 기업의 범위가 모호하고, 공공 구매를 제한해야 할 제품 품목도 확실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종시의회 관계자는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조례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의결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관이 주도한다는 데 따른 부담과 중앙정부 차원의 외교 갈등을 지방정부로 가져와 확대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례안의 실제 효과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조례안은 구매 제한을 강제하는 게 아니라 ‘권장’하고 있는데다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기 힘든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말 시의회 시정질의 때 “서울시가 구입하는 방송장비, 의료기기, 수질측정기 등 특정 분야 제품은 대체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례안 적용 대상이 지자체 출자ㆍ출연기관도 포함돼 자칫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6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불합리한 주장에 따른 부당한 비난이자,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엄광열(53) 한국관세학회장은 “일본 아베정권의 일방적인 경제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지자체의 조례제정을 공감하지만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지방자치법 위배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 높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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