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인터뷰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가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메디포스트 본사의 제대혈 보관시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신약개발 도중 실패하면 많은 비난을 받습니다. 투자시장과 연결돼 있어서죠.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는 바이오 투자 패턴은 기업에게도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유독 신약개발 관련 악재가 많은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소송이 이어졌고 신뢰는 추락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인 1세대로 꼽히는 양윤선(55) 메디포스트 대표가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추석 직전 경기 판교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만난 양 대표는 “바이오 투자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져 있다”며 “기업도 투자자도 신약개발은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더 냉정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엔 대형 악재가 이어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세포치료제 ‘인보사’ 성분이 허가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 허가가 취소됐고, 한미약품의 비만·당뇨 신약 기술을 사 간 다국적제약사 얀센은 개발권리를 반환했다. 미국에서 임상시험 최종 단계에 진입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은 신라젠의 항암제 ‘펙사벡’은 효능 확인에 실패해 임상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바이오 투자는 꿈을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투자한 회사가 곧 ‘대박’ 신약을 내놓아 엄청난 이익을 얻을 거라는 꿈이다. ‘기술수출 성공, 임상시험 승인, 임상 2상 진입’ 같은 회사의 발표들은 꿈이 머잖아 현실이 될 것처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양 대표는 이런 발표들은 “신약개발의 여러 단계 중 하나를 통과했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수많은 실패 사례를 간과한 채 기업도 투자자도 보고 싶은 희망만 보는 게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가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신약개발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임상병리학 전문의인 양 대표가 2000년 설립한 메디포스트는 20년간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2012년 세계 처음 내놓은 타가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으로 치료받은 퇴행성관절염 환자 수(누적 기준)가 올해 1만명을 넘으면서 메디포스트는 올 상반기에 반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에 상용화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총 4개인데, 카티스템을 제외한 3개는 모두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쓰는 자가 치료 방식이다. 다른 사람 탯줄혈액에서 유래한(타가) 줄기세포를 대량 배양해 기성품으로 판매하는 제품은 카티스템이 유일하다. 메디포스트는 수술로 주입하는 카티스템과 달리 주사로 맞는 2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을 지난 3일 시작했다.

그래도 양 대표는 “여전히 주주들에게 왜 100% 자신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우리 일이 성공하면 커다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늘 성공하진 못한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신약개발의 본질은 실패의 반복”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최근 이른바 ‘첨단바이오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양 대표는 “신약개발 실패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의 골자는 두 가지다. 병원이 임상연구를 더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과, 신약의 안전성만 확인되면 임상시험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고도 난치병 환자들에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검증 안 된 약을 쓰려 한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양 대표는 그러나 “첨단바이오법 영향으로 기업에게 당장 돌아가는 이익은 크지 않다”며 “신약개발 성공 확률이 높은 질환을 찾아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게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성남=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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