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국민에게 부패한 공무원을 총으로 쏴도 된다고 밝혔다. 다만 죽으면 살인죄가 되니 발을 맞추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줬다.
15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12일 필리핀 북부 바탄 지역에서 가진 연설에서 “국민에게 봉사한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을 총으로 쏘는 것은 부패 억제책”이라며 “적어도 어리석은 도둑(부패 공무원)은 총으로 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총이 있으면 뇌물을 달라는 공무원을 쏴도 되지만 죽이지는 말라, 발만 맞추면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될 것”이라며 “죽지 않는 한 (부패 공무원을 쏜 사람은) 기소되지 않고 보호관찰을 받게 될 것이며 교도소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을 것을 내가 보장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부패한 공무원을 총으로 쏘는 사람은 누구든 옹호하겠다고 맹세했다. 그의 강경 발언은 필리핀 공직사회의 부패상이 도를 넘었다는 한탄에서 비롯됐다. “(부패가) 국가를 망치는 벌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침없는 강경 발언은 효과를 내기도 했다. 모범수 감형법률로 석방된 흉악범들에게 “15일 안에 자수하지 않으면 죽여서라도 잡겠다”고 공개 경고하자, 열흘 만에 1,914명 중 505명이 자수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에선 지난달 중순 모범수에 한해 최장 19년까지 감형해주는 법에 따라 1만1,000명의 재소자를 석방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이후 석방된 인원 중 1,914명이 강간살인이나 마약 거래 등 흉악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심지어 석방 과정에서 교정 담당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4일 법무부 교정국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15일 안에 자수하지 않으면 도피자로 간주해 산 채로 또는 죽은 채로 체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상금으로 1인당 100만페소(약 2,300만원)를 걸겠다”고도 했다. 자수 기간이 끝나는 20일부터 경찰은 대대적인 체포 작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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