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퇴사는 실업급여 수급 불가
직장갑질119 “예외 사유로 인정해야”
“회사 대표가 욕설과 폭언을 계속했지만 가족을 생각해 참아왔습니다. 대표가 ‘때려치우라’고 말을 해 ‘퇴사를 원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면 ‘퇴사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대표의 말과 행동은 저의 퇴사를 종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퇴사를 했는데,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알아보니 회사에서 직접 해고한 것이 아니면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답답하고 막막합니다.”(회사원 A씨)
“회사 대표가 한밤중에 연락을 해 업무 지시를 합니다. 참고 또 참다가 (이런 지시가) 힘들고 불편하다고 말씀 드렸는데,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이후 대표는 ‘권고사직으로 실업급여를 받든지, 퇴직금을 받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대표의 괴롭힘으로 퇴사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건가요?”(회사원 B씨)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7월16일) 두 달이 지난 가운데,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이에 대해 항의한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가 직장 괴롭힘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해당 단체에는 하루 평균 102건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했더니 △신고 내용을 방치ㆍ무시하거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 상담이 주를 이룬다. 특히 위의 사례처럼 직장 괴롭힘으로 퇴사 시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상담이 많다고 한다.
현행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구직급여)는 비자발적 퇴사 시에만 지급한다. 다만 고용보험법 시행규칙에서 △임금체불이 있는 경우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받은 경우 △차별대우를 받은 경우 △성적인 괴롭힘을 당한 경우 등은 자발적 이직이어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해 수급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최혜인 노무사(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과 자살 등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일반적인 자발적 퇴사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우도 사업장에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은 경우 등에 준해 실업급여 수급이 제한되지 않는 사유로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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