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츠전 7이닝 무실점… 리그 최강 디그롬과 명품 투수전
평균자책점 2.35로 끌어내려… “불펜 투구ㆍ머리 염색 도움”
지난 11일(한국시간) LA 다저스가 지구 우승을 확정한 순간 류현진(32ㆍLA 다저스)은 마음 편히 웃을 수 없었다. 최근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95로 무너진 그는 한 차례 등판을 거르고 투구 매커니즘을 점검했다. 과거 안 풀렸을 때처럼 심기일전하겠다는 각오로 머리 색깔도 회색으로 염색하고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극적으로 부활했다. 류현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시즌 13승은 실패했지만 모처럼 완벽한 투구로 전체 1위인 평균자책점을 종전 2.45에서 2.35로 끌어내렸다. 턱밑까지 쫓아왔던 마이크 소로카(2.57ㆍ애틀랜타)와 격차를 다시 벌리며 한국인 첫 빅리그 타이틀홀더 등극에 한발 더 다가섰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투구 밸런스를 되찾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류현진은 메츠전 통산 4승1패, 평균자책점 1.38로 강했지만 상대 투수는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 도전하는 제이콥 디그롬(31)으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더 잃을 것 없다는 심정으로 나선 류현진의 제구력은 되살아났고, 말을 듣지 않았던 체인지업도 다시 통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3마일(약 150㎞)이 찍혔다.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이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 류현진을 도왔다. 1회 시작부터 2회 2사까지 5타자 연속 범타로 요리한 류현진은 3회 마지막 타자 J.D.데이비스부터 7회 윌슨 라모스까지 13명을 다시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전반기 ‘전국구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았다. 특히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47개)를 달리는 메츠의 ‘괴물 신인’ 피트 알론소를 삼진 포함해 3타수 무안타로 봉쇄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최근 몇 경기에서 안 됐던 것들이 됐다. 그러다 보니 타자와 편안하게 승부할 수 있었다”면서 “휴식이 도움이 됐고, 불펜 투구도 도움이 됐다. 최근 해야 할 일을 못했기 때문에 오늘 해야 할 일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그롬 같은 선수와 좋은 승부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인 거 같다”고 맞대결 소감을 전했다. “머리 염색이 도움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디그롬도 7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해 리그 최고 투수 간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최고 99마일(약 159㎞)의 강속구를 앞세워 16타자 연속 범타를 처리하는 등 류현진과 똑같이 7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디그롬도 승수 쌓기엔 실패해 9승에 머물렀지만 탈삼진 1위(239개)를 질주하면서 평균자책점도 2.61로 낮췄다.
외신들도 ‘명품 투수전’을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디그롬과 류현진은 거장다운 투수 대결을 했다”고 평했다. 다저블루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 디그롬과 류현진이 정면으로 맞섰는데 디그롬은 다저스를 힘으로 압도했다. 류현진은 제구력과 볼 배합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다저스는 8회말 메츠의 라자이 데이비스에게 3타점 2루타를 맞고 0-3으로 패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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