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건강 상식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나라 사람의 지적 수준은 상당히 높다. 그렇지만 건강과 질병에 대해 대다수 한국인이 사실과 다르게 믿고 있는 건강 상식이 의외로 많다.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을 짚어 본다.
우선, 삼겹살을 먹으면 황사로 인한 폐질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사가 심하면 삼겹살 소비가 급증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유는 많은 이들이 삼겹살의 비계가 목과 호흡기에 낀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속설은 과거에 탄광에서 고된 일을 마친 광부들이 술을 마시면서 삼겹살을 안주로 먹었던 데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측되지만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
둘째, 관절염에는 사골국과 우족탕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골국과 우족탕은 모두 기본적으로 고기와 뼈를 고아 만든 음식이기에 무기질, 인, 칼슘, 콜라겐, 지방의 함량이 높은 고열량 식품이다. 관절염 가운데 가장 흔한 질병은 퇴행성관절염이다. 사골국과 우족탕은 관절에 도움이 되는 측면보다는 고열량으로 체중 증가를 초래해 퇴행성관절염을 도리어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셋째, 어지럼증이 있으면 빈혈이어서 철분제를 먹어야 좋아진다는 것이다.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흔히 빈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지럼증은 원인이 다양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석증(耳石症)이 어지럼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밖에도 신경계나 심혈관계 이상, 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어 빈혈로 인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비율은 높지 않다. 따라서 어지럼증이 생겼다고 무조건 빈혈이라 생각해서 철분을 섭취하는 것은 도리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철분을 장기간 과다 섭취하면 장기에 축적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손 저림은 혈액순환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손 저림은 대부분 손 부위의 혈액순환과는 관련이 없다. 손 저림은 손이나 팔에 분포된 신경이 손상되거나 자극을 받거나 눌렸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흔한 원인 중 하나가 손목의 정중신경이 눌려 저림과 통증 등이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정중신경은 손목 안의 좁은 공간을 통해 지나가는데, 손의 감각과 운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손목을 과도하게 반복 사용하거나 갑상선기능저하증, 류마티스관절염 등이 있을 때 정중신경이 지나가는 손목 안의 공간이 좁아져 신경이 눌려서 손 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다섯째, 고기만 안 먹으면 콜레스테롤은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기를 거의 먹지 않더라도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머핀, 페스트리, 케이크, 비스킷 등의 흔한 간식거리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많이 끌어 올린다. 콜레스테롤이 높을 때 고기 등 단백질 식품 섭취만 제한하면 콜레스테롤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단백질 결핍까지 생길 수 있다.
여섯째,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속이 쓰리면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유가 위산을 중화하고 희석시킬 뿐만 아니라 위벽을 코팅해 쓰린 증상을 완화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유는 일시적으로는 위산을 중화시켜 증상이 좋아지는 듯하지만 우유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칼슘이 위산 분비를 자극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속 쓰림을 악화시킨다.
일곱째, 감기는 주사를 맞아야 빨리 낫는다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기침, 콧물, 두통, 발열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먹는 약이나 주사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몸살이나 발열이 심할 때에는 주사제가 먹는 약보다 빨리 증상을 좋아지게 할 수 있지만 감기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주사 맞는 것과 별 상관이 없다.
여덟째, 뒷목이 뻣뻣하고 당기는 것은 고혈압의 증상이라는 것이다. 뒷목이 당기는 증상을 느껴 혹시 고혈압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겨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뒷목이 당기는 것은 고혈압과 관계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사실 고혈압은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뒷목이 당기는 것은 고혈압 때문이라기보다 스트레스로 인해 두피와 목 근육이 수축되고 뭉치면서 생기는 긴장성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잘못된 건강 상식이 만연하기에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과 질병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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