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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 수준 벌이에 말 통하는 동료 없어… 기술직 청년들 줄줄이 떠나

입력
2019.09.17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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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산업’ 평균급여 253만원… 낡은 조직문화 바꾸고 청년층 끌어들일 비전 만들어야 

지난 9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도금공장에서 한 직원이 크롬도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안산=홍인기 기자
지난 9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도금공장에서 한 직원이 크롬도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안산=홍인기 기자

“10명 중 8명은 대학을 나오는 시대다.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기술 분야에서 왜 일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에 젊은이들이 제조업 기술분야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표면가공기술 전문가로 2018년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기능한국인’으로도 선정된 어재동 ㈜에스앤디 이엔지 대표는 청년들이 산업현장을 찾지 않는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산업기술대에서 학생들도 가르치는 어 대표는 “기술인력을 낮게 보는 사회 인식과 기술 인력의 처우개선에 필요한 구체화된 미래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청년을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낸 ‘2018년 뿌리산업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뿌리산업 종사자의 월 평균 급여는 253만원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독일 등 서구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직무라면 그에 맞게 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국내에선 초급 기술자로 일하는 것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이 나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뿌리산업 등 특정 업종의 중소기업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소장은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은 어렵더라도 능력개발과 경력관리를 강화할 수 있게 하는 등 종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가는 정책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만연한 원ㆍ하청의 불공정한 관계를 바로잡는 것도 과제다. 뿌리산업, 재료산업 등에는 대기업에 부품 소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 환경이 좋아져야 처우개선 여력도 생기기 마련이다.

조직 문화 개선도 필요하다. 한국 기업 특유의 위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가 청년층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가운 직업능력개발원 사회정책지원센터장은 “조직 문화가 편안해야 젊은이들이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그래야 숙련기술인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부처별로 중소기업 대상 조직문화 컨설팅 지원 정책들이 있지만, 예산이 소규모라 경영자들의 생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청년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일에 몰입하게 하려면 어떤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정과 현장실무 간 괴리를 줄이고 꾸준히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운영 중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ㆍ기술ㆍ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이다.

인력양성체계 구축을 위한 재료산업분야의 기업ㆍ근로자ㆍ산별단체 협의체인 재료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2018년 산업인력현황 보고서’에서 산업계의 NCS 활용사업에 관한 낮은 관심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사업체들이 이를 활용해 재교육도 하고 교육기관과 연계해 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주섭 한국노동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장의 요구사항과 교육기간 교육프로그램 간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현장 실무를 잘 기술(記述)하고 있는 NCS를 교육과정으로 잘 흡수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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