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 반려동물 문화의 어두운 그늘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얼마 전, 책을 한 권 읽었는데 그 내용이 한국의 반려인들과도 함께 고민해볼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생명을 사시겠습니까?’라는 제목의 책은 일본의 유명 배우이자 ‘공익재단법인 동물환경 복지협회 Eva’(Every animal on Earth has a right to live)의 이사장인 스기모토 아야 씨가 쓴 책입니다. 책에는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를 박스에 넣어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시키면 펫샵 관계자가 원하는 동물을 골라 낙찰받는 ‘반려동물 경매장’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담겨 있어요.

일본의 '펫 옥션'에서는 생후 1개월 미만의 강아지들이 상자에 담겨 경매 시장에 오른다.

사실 책을 보고 아주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미 한국에 거주할 때도 반려동물 경매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살던 동네에 무료로 어린 강아지를 분양하는 동물병원이 있었어요. 왜 무료로 강아지를 분양하냐고 여쭤봤더니 경매에서 안 팔리고 남은 강아지는 안락사를 시키니까 데려와서 분양을 하는 거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땐 강아지가 ‘경매된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낙찰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킨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어요. 게다가 동물병원 원장님이 말씀해 주신 안락사되는 이유도 단지 ‘못생겨서’, ‘견종에 맞는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아서’ 등등 납득하기 어려웠던 말들이었죠.

비록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고 나니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한국보다 큰 일본의 반려동물 경매 실태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일본의 야노경제연구소가 조사한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1조 4,000억엔(약 14조원, 2016년 기준)이고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도시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 반려동물 미용실, 반려동물 용품 가게 등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규모가 유독 큰 곳이 바로 ‘펫샵’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품종견, 어린 강아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반려견을 펫샵에서 데려오는 경우가 많죠.

일본 '펫 옥션'에서 펫샵 관계자들이 앉아서 '상품'으로 나온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고 있다. 일본 TBS 뉴스 화면 캡처

이 펫샵에 가기 전 반려견들이 거쳐가는 곳이 바로 일본에서 ‘펫 옥션’(Pet Auction)이라고 부르는 반려동물 경매장입니다. 경매장은 팔고자 하는 번식업자와 사고 싶은 펫샵을 중개하는 곳이죠. 대부분 번식업자들은 번식장에서 태어난 지 20일~1개월 사이의 강아지들을 경매로 내놓습니다. 경매장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될 만큼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책을 쓴 스기모토 씨는 이 모습이 일본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라고 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요.

시장경제 안에서 사고 팔리는 ‘물건’은 반드시 ‘재고’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결함 상품’도 있죠. 이런 상품들이 끝내 팔리지 않는다면 폐기할 수 있지만, 살아 있는 반려동물이 팔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끔찍한 이야기이지만 과거 일본에서는 번식업자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센터에 이러한 ‘재고 동물’ 들을 떠넘기면서, 끝내 살처분(안락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니면 펫샵에서 직접 처분하고, 죽은 동물을 쓰레기와 함께 버리기도 하죠. 일본의 번식업자는 태어난 동물의 20%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5%는 번식용으로 남겨둡니다. 70%는 펫 옥션에 내놓고 남은 5% 정도를 재고 동물로 여기고 처분합니다. 일부 업자들은 병에 걸렸거나 외모가 예쁘지 않은 강아지들을 결함 상품으로 보고 방치한 다음 몸이 약해지면 살처분해 쓰레기로 버린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일본 전국 각지에서는 살처분하는 동물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열렸고, 결국 2013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지자체에서는 재고 동물의 인수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어요. 간단히 처분할 곳이 없어진 것이죠.

업자가 만든 열악한 케이지 안에 갇혀 있는 강아지. 유통 과정에서 ‘팔리지 않은’ 강아지가 ‘인수업자’에게 싸게 넘겨져 방치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고 동물이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이 재고 동물을 싼값에 인수하는 또 다른 업자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펫샵에서 인수한 동물을 싸게 재판매하거나 번식이 가능한 경우 번식견으로 활용합니다. 그마저도 활용할 수 없으면 열악한 환경 속에 그냥 방치해둡니다. 2016년, 일본 토치키 현의 한 업자가 한꺼번에 강아지 80마리를 인수한 뒤 방치해 죽게 내버려 둔 사건이 있었어요. 이 업자는 강아지가 죽자 강변에 대량으로 유기해 더욱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죠. 인수업자에게 팔려가지 않는 재고 동물들은 수의대에서 외과 수술의 연습용 동물이 되기도 하고, 다른 동물들을 위한 헌혈용 동물(공혈견)이 되기도 합니다.

2016년, 일본 토치키 현의 기누강 하천 부지에 방치됐던 강아지들의 사체가 발견됐다. 인수업자가 번식업자로부터 인수한 강아지들이었다. 일본동물복지협회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이 인수업자를 형사고발했다.

반려동물 시장 확대로 인해 반려동물이 대량 생산, 대량 소비되고 있는 시대예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구조가 생명이 있는 동물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보여요. 돈만 생각해 이 구조를 유지한다면 반드시 재고, 잉여 동물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고 잉여물 취급을 받게 된 작은 생명은 간단히 짓밟히죠.

한번 법이 바뀐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일본 사회도 느끼고 있습니다. 일본 환경부는 동물보호법을 재차 개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고, 동물 학대가 의심되는 생산업자들을 향한 단속도 강화할 수 있도록 번식업자가 사육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번식 횟수를 제한하거나, 사육장의 넓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대표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단번에 끊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이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계를 놓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14조원 규모의 산업 구조를 아예 재편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거죠. 비록 규모는 작지만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한국 사회는 반려동물 시장을 키우는데만 치중하다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생명을 소중하게 대하는 방향으로 이 산업을 바꿔나갈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오사카 = 김인애 동그람이 일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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