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분담금ㆍ무기 구입 등 위해 편성… 집행 시점 환율 따라 실제 예산규모 달라져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매년 9월 초 이듬해 국가의 살림 계획을 담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합니다. 내년 예산은 513조5,000억원으로 편성해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정부는 예산안과 함께 중기재정운용계획, 그리고 또 하나를 같이 제출하는데요, 바로 ‘국회 제출 환율’입니다. 통상 예산편성 완료 전 3개월 평균환율을 제출하는데요. 이유는 예산 중에 외화(달러)로 표시하는 예산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14일 예산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 가운데 외화 예산은 73억7,000만달러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던 환율(작년 5월 11일~8월 10일까지 3개월 평균)이 1,100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원화로 약 8조1,000억원 수준입니다. 올해 본예산(469조6,000억원)의 1.7% 가량을 차지합니다. 2015년 46억3,000만달러로 편성된 외화 예산은 이듬해 53억2,000만달러로 증가했고, 다시 49억1,000만달러(2017년)로 주춤했다가 2018년 56억달러에 이어 올해까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역대 외화 예산 비중은 본예산의 1% 중반대에서 큰 변동은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쓰는 예산 가운데 일부를 원화가 아닌 외화로 편성하는 이유는 외국에서 써야 할 자금을 미리 계상해 놓기 위해서입니다. 국제기구 분담금이나 무기 구입, 외교관 체제비 등은 미리 산정해 놔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실제 올해 51개 부처가 외화 예산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방위사업청, 국방부, 외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4개 부처가 전체 96.9%의 비중을 차지하죠. 나머지 3.1% 외화 예산 중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39만9,000달러), 새만금개발청(1만2,000달러) 등 일부 부처의 경우 왜 외화예산이 필요한지 의문인 경우도 간혹 있으나, 대부분 국제기구 분담금이나 회의 참가비 등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의 해외출장비는 원화로 편성해 두기 때문에 외화 예산과는 무관합니다.

외화 예산이라고 해서 달러화로 예산을 쌓아두진 않습니다. 원화로 가지고 있다고 수요가 발생할 경우 그 때 환율에 따라 달러 등으로 바꿔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예산 집행 시점에 환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실제 예산 규모가 달라집니다. 원화가 약세일 땐 실질적인 예산은 늘어나는 셈이고, 원화가 강세일 땐 반대가 되겠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을 딱 맞아떨어지게 집행할 수 없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외화 예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집행 시점에 따라 환차익 또는 환손실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가령 올해 외화 예산 73억7,000만달러를 지난 11일 한꺼번에 집행했다고 가정해 보면, 편성 당시의 환율(국회제출 환율)은 달러당 1,100원인데 집행 시점의 환율은 1,192원이 됩니다. 달러당 92원의 환손실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 경우 6,780억원의 예산이 예상보다 추가되는 셈입니다. 반대로 내년도 국회제출 환율은 1,190원인데 집행할 때 1,100원이라면 달러당 90원의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환손실일 경우 예비비로 막고, 환차익이 생기면 국고에 회수한다고 합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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