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탈레반과 회동 결사반대… 언론 유출 의혹 더해져 트럼프 격분 
존 볼턴(왼쪽 두 번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경질 인사는 10일 낮 12시쯤(현지시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 단행됐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그의 ‘불화’는 수개월 전부터 흘러나왔던 얘기지만, 대부분의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해고’를 보고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심지어 1시간 30분 후 열린 테러 관련 브리핑에도 볼턴 보좌관은 원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참석한다고 사전 공지됐을 정도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볼턴 보좌관을 백악관에서 내쫓으면서까지 의견 대립을 빚게 된 배경을 대략 5가지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지점은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과의 평화협정과 관련, 두 사람 간 정면 충돌이다. 지난 7일 카불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전격 취소되긴 했으나,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탈레반 지도자 등을 초청해 비밀 회동을 하려 했는데, 볼턴 보좌관이 결사 반대를 하며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예정 사실을 볼턴 보좌관이 언론에 미리 유출했다고 보고 격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문제 해법을 두고도 갈등이 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긴장 해소를 주요 외교정책 성과로 삼고 싶어하는데도, 볼턴 보좌관은 대북 강경노선을 고집했다는 얘기다. 지난 5월 북한의 두 차례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던 볼턴 보좌관의 견해를 트럼프 대통령이 그 의미를 축소하며 공개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 6월 말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 회동 때에도 볼턴 보좌관은 동행하지 않고 몽골로 향해 ‘볼턴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란 문제에서도 심각한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 입성 전부터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옹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취하며 ‘이란 대통령을 기꺼이 만나겠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볼턴 보좌관이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해 “지금이 행동할 때”라면서 더욱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에 원조를 약속한 데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내가 사임한 것” 끝까지 반박 

한마디로 주요 외교 현안 모두에서 맞부딪친 결과,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난 것으로 보인다. NBC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가을부터 (볼턴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고, ‘당신이 그립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볼턴 보좌관은 트위터와 언론을 통해 “내가 사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사임을 요청한 적이 없다” “나의 유일한 염려는 미국의 국가안보” 등의 입장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직서를 요구했다’는 트윗에 대한 정면 반박이자, 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사임 과정을 두고까지 대통령과 핵심 참모가 공방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에필로그만 남겨버린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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