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 아이폰이 공개됐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카메라 등 기본적 성능은 높아졌지만 애플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들만의 혁신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이폰에 의존하던 수익 창출의 무게추를 영상, 게임 등 콘텐츠로 이동 중인 애플의 행보가 재확인됐다는 평가 속에 시장에서는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고 있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애플 스페셜 이벤트 2019’를 열고 기본형 ‘아이폰11’(화면 6.1인치)과 고급형 ‘아이폰11 프로’(5.8인치) ‘아이폰11 프로 맥스’(6.5인치) 3종을 공개했다. 3종 모두 애플 최신 프로세서 A13 바이오닉을 탑재해 기존(A12)보다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이 20% 향상됐다고 애플은 소개했다.
외형과 기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카메라’다. 아이폰11 프로와 프로 맥스 후면에 1,200만 화소의 광각ㆍ망원ㆍ초광각 3개 렌즈로 구성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다. 애플 제품 중 처음으로 ‘프로’라는 이름을 붙인 만큼 누구나 전문가처럼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초광각 카메라는 120도 시야각을 담아낼 수 있어 망원 렌즈 대비 4배 가량 폭 넓은 화면을 담아낼 수 있고, ‘야간 모드’가 새롭게 추가돼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해졌다. 동영상은 초당 60프레임으로 4K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영상 회전, 자르기, 자동 이미지 조정, 필터 적용 등 다양한 편집 기능도 지원한다.
반응은 그리 좋지가 않다. 영상과 사진으로 소통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카메라를 강화하는 건 그리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트리플 카메라는 지난해 초 화웨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LG전자도 빠르게 적용했고 삼성이 렌즈 4개를 넣은 쿼드 카메라의 ‘갤럭시노트10’까지 내놓은 뒤다. 게다가 트리플 카메라를 정사각형 모양의 모듈 안에 집어넣은 디자인은 구형폰에서나 볼 수 있는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모양)로 ‘인덕션’ ‘전기 면도기’ 등에 빗대는 조롱에 가까운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매끈한 디자인과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애플 감성과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프로 맥스 모델의 경우 무게만 226g으로 삼성 폴더블(접을 수 있는)폰 ‘갤럭시폴드’(276g)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내에서만 올해 말까지 5G폰이 6종으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아이폰11 시리즈는 여전히 LTE에 머물러 있어 시장에서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애플의 미래 전략이 아이폰에서 혁신을 구현하며 하드웨어에 주력하기보다는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분기 애플 매출에서 아이폰 비중은 48%로 2012년 이후 7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애플뮤직 등 서비스 매출은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이날도 애플은 아이폰11 소개에 앞서 지난 3월 서비스 내용만 발표했던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플러스’ 출시 일정과 이용요금을 공개했다. 11월 1일 출시하는 애플 TV플러스 요금이 월 4.99달러로 넷플릭스(월 8.99달러), 디즈니(월 6.99달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눈길을 끌었다. 애플은 이 서비스에 넣을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에 올해에만 15억달러(1조7,8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100여종의 게임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애플 아케이드(월 4.99달러)는 국내에도 20일 출시된다. 국내 이용료는 월 6,500원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임무는 오래 전부터 항상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며 “향상된 기술로 사람들이 이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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