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제압에만 혈안인 패당의 정치
아베는 우리 분열을 비웃고 있을 것
기우는 나라 구하려면 정치권 각성해야
여의도 국회 의사당 내 본회의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의도는 섬이다. 바보들의 섬이다. 주민이나 직장인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여의도가 상징하는 국회, 정치권이 그렇다는 것이다. 싸우느라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거론할 것도 없다. 그들이 하는 가장 바보 같은 짓은 걸핏하면 서로를 고소, 고발하는 것이다. 고소 고발의 결과는 무엇인가. 검찰이 잘잘못을 가려주고 기소를 통해 일차적으로 단죄하는 것이다.

헌법을 보면 1장 총강,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3장 국회, 4장은 행정부다. 국회는 대통령, 정부보다 먼저 서술돼 있고 무려 40조부터 65조까지 권한과 책무를 정하고 있다. 검찰은 헌법 어디에도 독립적으로 다루지 않는 행정부의 한 기관일 뿐이다.

국회의원 개개인도 선거를 통해 입법권을 부여받은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선택과 위임을 받은 것이다. 헌법이 권한을 부여했는데도,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검찰에 “쟤들이 잘못했으니 때려주라”고 한다. 표 하나하나 모아서 당선되느라 온갖 노력을 다 해놓고, 공부만으로 그 자리에 간 검사들에게 운명을 맡기고 있으니, 어찌 바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치권의 고발 남발만이 한심한 게 아니다. 권력을 쥐면 이전 권력을 단죄하기 위해 검찰을 이용해온 정치 관행이 더 큰 문제다. 정치개혁이니 혁신이니 적폐 청산을 내세우며 단죄하던 권력이 몇 년 지나 정권이 바뀌면 검찰 수사라는 칼날 앞에 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하도 특수수사가 많다 보니 검찰이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소환하고 기소하는 뉴스가 거의 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검찰이 야당 의원을 소환할 때는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다. 지금은 검사가 의원을 부르고 기소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긴 지금까지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4명이나 되고, 두 전직 대통령이 옥중에 있으며, 한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광풍 속에서 자살하기까지 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악순환을 거치면서 검찰은 공룡처럼 커졌다. 급기야 검찰 인사권을 행사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언론 보도에 드러난 의혹만으로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감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렇게 쉽게 정치인들을 소환하고, 기업을 상대로 막고 품는 식의 압수수색을 하며, 전직 대통령들을 구속하는 검찰이 있을까?

그래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법치가 확립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됐는가. 오히려 불안 심리가 뒤덮어 공직사회는 숨죽이며 눈치 보고, 기업인들은 해외로 나가고, 그 결과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소비는 위축돼 경제지표는 마이너스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검찰 개혁은 다른 국가적 현안들에 비하면 작은 일이다. 북한 핵 문제, 일본의 도발로 인한 한일 대립, 한미 동맹의 균열, 미중 무역전쟁과 패권 다툼으로 초래된 경제ᆞ안보 위협 등 나라 운명과 직결된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난제들을 놓고 여의도를 쳐다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잘하는 것이라고는 극악스럽게 싸우고 분열하는 것이니, 이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믿고 맡겨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우리 사법부의 판결을 무효화하라고 요구하는 무도한 아베 총리에게 사과하겠다는 미친 자들까지 나오고 있으니, 상대 정파를 망가뜨리기 위해선 나라라도 팔아먹을 기세다.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란한 수사를 쓰지만 정파에 갇혀서 정권을 공격하거나 야당을 비판한다.

조선조 붕당과 패당의 폐해를 연상케 한다. 내부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우리를 보면서 일본은 얼마나 웃고 있을까. 중국이나 미국은 어찌 볼까. 북한은 속으로 비웃지 않겠는가. 이러고도 나라가 기울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위정자들의 무능과 분열로 나라를 잃고,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겪은 가혹한 과거를 벌써 잊었나.

여의도 바보들이여, 정신 차리자. 고소 고발만 하지 말고, 대화하고 타협해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고, 나라를 구할 방도를 찾아보자. 제발.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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