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스토리] <14> 시청자 현혹하는 TV속 의사들
의협ㆍ한의사협 회원권리정지 처분, 실질적 제재 안 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모두 ‘쇼닥터’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쇼닥터들 때문에 성실하게 치료하고 있는 의사와 한의사 모두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할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2015년 개정된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인이 방송(홈쇼핑)에 출연해 건강ㆍ의학 정보에 대해 거짓 또는 과장해 제공할 경우, 의협과 한의협은 보건복지부에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복지부가 이를 수용하면, 면허를 최대 1년 정지할 수 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이들 협회가 복지부에 면허 정지를 요구한 사례는 1건도 없다. 두 협회 관계자들은 “수술 잘못처럼 국민 건강에 결정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발언만으로 면허정지를 요구하기 힘들어 자체 징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차원에서 가장 수위가 높은 징계는 회원권리정지다. 하지만 의사(한의사)면허가 정지되지 않아 방송 출연은 물론 진료 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나마 협회가 회원권리정지 처분을 내린 경우도 많지 않다. 의협에서 의료인 품위 손상을 이유로 회원자격 정지 처분을 내린 경우는 2016년 8월 발모에 효과가 있다며 자신이 만든 어성초 제품을 방송 매체를 통해 홍보한 A원장이 유일하다. 한의협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한의사 7명에게만 회원권리정지처분을 내렸다.
이렇다 보니 쇼닥터들은 협회의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11월 한의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한의협에서 1년 회원권리정지처분을 당한 한의사 이모씨다. ‘물파스로 중풍 예방' 등 비과학적 주장을 하는 그는 징계를 받은 후에도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이승준 한의협 법제ㆍ약무이사는 “이씨를 비롯해 여러 한의사들이 한의사 품위 손상을 이유로 회원권리정지를 당했지만 방송이 계속 섭외하는 한 개선 가능성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협회가 쇼닥터들의 면허정지 등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쇼닥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협회와 함께 별도 감시기구를 설치해 방송을 포함한 모든 미디어를 점검해 문제가 있는 의료인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의협의 자율징계 강화 주장에 대해 방향성은 인정하지만 제도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호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의협에서 자율징계 및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역량이나 실현 가능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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