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여간의 논란 끝에 지난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자 정신건강질환을 담당하는 복지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이 후보자 시절 제시했던 정신질환자 대책 때문이다. 범죄자 중 사회에서 생활하도록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대상자가 정신질환을 앓는다면 이 정보를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센터)에 제공해 치료를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대책이 문제다. 정신센터는 전국 240여곳에 설치된 일종의 ‘정신건강 보건소인’데 사례관리 담당자 1명이 평균 70~1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을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정신센터 종사자들은 범죄를 저지른 환자들까지 맡을만한 여력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법무부가 예산 한푼 쓰지 않고 다른 부처가 담당하는 기관으로 일을 떠넘긴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의 정신센터는 지금도 사회복지사 등을 채용하려면 공고 후 수개월씩 기다려도 지원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안인득의 진주 방화사건 이후, 정부가 홀로 고립된 정신질환자를 발굴해 정신센터에서 관리하도록 정책기조를 정하면서 업무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대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인력채용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장에서는 예산 증액 만으로 갑자기 지원자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장에서는 범죄 경력이 있는 환자들까지 맡는다면 정신센터 업무가 더 기피업무가 돼 구인난이 오히려 심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전준희 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장은 “정신센터 근무자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인데 보호관찰자들을 맡게될 경우의 안전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민간인들에게 범죄자 관리까지 맡기면 예산을 증원한다고 해도 채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기존에 정신센터에서 관리하는 일반 환자들과 보호관찰대상자 간 마찰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정신센터에서는 최근 보호관찰대상자가 다른 환자에게 범행을 저질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피해환자를 관리했던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이런 경우 환자와 요원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고,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지 책임 소재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신센터 종사자 사이에서도 보호관찰 대상자라고 해서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신질환의 보건소 역할을 맡는 정신센터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환자는 돌봐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범죄 경력이 있는 환자는 다른 환자와 다르게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무부가 자체 인력을 선발해 보호관찰자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정신센터에 보호관찰자 관리를 맡기기로 했다면, 정부가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취해달라는게 이들의 요구다. 전준희 센터장은 “보호관찰 중인 사람은 법무부가 인력을 채용해서 관리하고, 보호관찰이 종료된 사람은 정신센터로 정보를 이관해 치료를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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