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10일 밤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민주화 요구를 상징하는 검은색 홍콩 국기와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이라는 창작곡을 민주화 시위 주제가로 앞세워 더욱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홍콩의 진정한 국가(國歌)”라고 부를 정도다. 15주째로 접어든 홍콩 시위가 가슴을 울리는 가사와 귓가를 맴도는 선율의 힘으로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10일 밤 홍콩 도심 몽콕에 위치한 모코 쇼핑몰에서는 300여명의 시민들이 층마다 늘어서서 ‘홍콩에 영광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민주주의를 외쳤다. “시위에서 부를 우리만의 노래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네티즌의 협업을 통해 자발적으로 가사를 만들고 리듬을 달아 만든 자생적인 노래다. 이날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월드컵 예선전에서도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자 집단 야유를 퍼부으면서 대신 자신들의 노래로 경기장을 메웠다.

시민들은 “홍콩 사태가 평화 시위로 시작해 경찰의 폭력에 맞서는 지난 3개월간의 과정이 노래에 잘 반영돼 있다”며 감격스런 표정이다. 외국곡에서는 좀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몽콕에 사는 한 주민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노래를 듣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며 “영광과 정의, 자유,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우리의 바람이 실현될 것이라는 마지막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간 시위대는 단합을 과시하고 거리를 행진할 때 기독교 찬양송인 ‘주께 찬양을(Sing Hallelujah to the Lord)’이나 영화 ‘레 미제라블’의 주제곡인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주로 불렀다. 워낙 유명한 곡들이라 따라 부르기는 쉬웠지만 홍콩만의 정서와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노래와 달리 시위대의 사기를 북돋을 구호와 포스터는 성공적이었다. 6월 9일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줄곧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철회를 외쳐 관철시켰고, 이제 송환법 철회와 함께 주장해 온 △체포자 석방 △폭도 명칭 철회 △독립조사기구 설립 △보통선거 실시 등 5대 요구로 범위를 넓혔다. 여학생의 한쪽 눈을 잃게 한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맞서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오른쪽 눈을 빨갛게 칠한 포스터도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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