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치와 협력하지 않는다! 절대로!”(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사민당 사무총장ㆍ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한 소도시에서 신(新)나치주의 성향의 극우 정당 정치인이 지역 의회 의장에 선출되면서 독일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만장일치로 임명에 동의한 의회는 비판이 쇄도하자 ‘후보가 한 명뿐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중앙 정치권은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갈수록 몸집을 불리는 극우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주류 정치권이 합심해 압박에 나서면서, 결국 일주일도 안 돼 임명이 취소될 상황에 놓였다.
9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독일 중부 헤센주(州)의 알텐슈타트-발트지틀룽 게마인데(기초지자체) 의회에서 지난 5일 극우정당인 국가민주당(NPD) 소속 슈테판 약슈 의원이 의장으로 뽑혔다고 전했다. 지역 매체에 따르면 정원 9명 중 출석 의원 7명이 만장일치로 그의 임명에 동의했다. 발트지틀룽은 인구 2,650명의 소도시다.
문제는 약슈 의원을 뽑은 7명의 의원이, 극우 세력과의 연계성은커녕 대부분 주류 정당인 우파 기민당(CDU), 좌파 사민당(SPD), 자유주의 성향의 자민당(FDP) 소속 의원들이라는 점이었다. ‘신나치 의장 선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한 사민당 의원은 “약슈를 오래 알아왔지만 별 문제 없는 사람”이라고 했고, 또 다른 기민당 의원은 “(약슈는) 정말 협력적이며, 차분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등 당적과 무관하게 문제가 될 인물이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주와 연방 정치권은 격하게 반발했다. 클링바일 사민당 사무총장은 8일 트위터에서 나치와의 협력은 절대 불가하다면서 “이는 연방정부ㆍ주정부ㆍ지자체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안네그레트 크램프 카렌바우어 기민당 사무총장은 애초에 자당 의원들이 약슈 같은 인물을 왜 지지했는지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카트린 안더스 녹색당 헤센주 의원은 “민주주의에서 ‘인력 부족’이 신나치주의자 당선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중앙 정치권이 이같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독일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극우 세력이 급부상하면서, 전통 정당들이 위기감을 느끼게 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정치적 압박에 결국 기민당 발트지틀룽 지역위원장인 루시아 푸트리히는 9일 “약슈 의원을 의회에서 추방한다는 동의안에 (정원 9명 중) 7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약슈 의원은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1964년 창당된 극우 성향의 NPD는 AfD에 비해서는 세력이 미미하나, 지난 2017년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당과 유사한 “반(反)헌법적 정당”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다만 당시 헌재는 NPD가 현실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정도의 세력이 못 된다며, 독일 상원에서 제기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DW는 약슈 의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이민’이라 쓰고 ‘제노사이드’(인종학살)라고 읽는다”라는 문구 등 반이민ㆍ반무슬림ㆍ반기득권 구호가 가득하다고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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