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드라마의 흉년이다. 500억원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tvN ‘아스달 연대기’는 시청률 8%를 채 넘기지 못했다. MBC ‘이몽’ 또한 제작비가 200억원 규모로 알려졌으나, 평균시청률 4.7%로 종방했다.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서사가 빈약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선택과 집중을 택했던 방송사 입장에선 아쉬운 결과였다.
20일 첫 방송 예정인 SBS ‘배가본드’는 250억원이 투입됐다. 이승기과 배수지 등 몸값 높은 배우를 출연하고, 모로코 탕헤르에서 두 달 가까이 해외 로케이션 촬영도 했다. ‘배가본드’가 대작 드라마 부진 행렬을 끊을 수 있을까.
제작진은 대작 드라마에 대한 부담을 숨기지 않았다. ‘배가본드’의 유인식 PD는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면 기존 제작시스템과 유리된 경우도 있고,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드라마 서사가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제작사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PD는 “적어도 시청자가 대작다운 대작으로 포만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유 PD는 “최대한 스펙터클을 위한 스펙터클은 하지 말기로 했다. 내용이나 인물 감정에 맞는 화면을 담으려 고민했다”고도 말했다.
드라마는 차달건(이승기)이 조카 등 25명의 어린이가 탑승한 모로코 행 비행기 추락으로 시작된다. 차달건은 조카가 남긴 단서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국정원 내 대통령 비선조직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그를 쫓는다.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1부 중 일부 장면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유 PD는 “최근 드라마들은 보통 한국 근래 역사에서 영감을 받는다”며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여럿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 PD는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그렇게만 해석되길 바라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배가본드’는 4, 5년 전 기획됐다. 해외를 배경으로 한 액션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것이 유 PD의 숙원이었다. 촬영 기간만 1년에 가까이며, 전 회 모두 사전 제작됐다. 유 PD는 “제작진끼리는 민간인 첩보 액션 드라마라고 말한다”며 “정치스릴러와 멜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녹여서 여러 시청자가 즐길 수 있도록 만들려 애썼다”고 밝혔다. 이길복 촬영감독은 “로케이션 장소였던 탕헤르는 ‘본 얼티메이텀’(2007)과 ‘인셉션’(2010) 등 유명 영화의 촬영지”라며 “한국 드라마가 뒤쳐지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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