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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확장 기조의 2020년 예산안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19.09.17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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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도 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올해 대비 9.3%(43조 9000억원) 증가한 513조 5000억원 이라고 밝혔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도 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올해 대비 9.3%(43조 9000억원) 증가한 513조 5000억원 이라고 밝혔다. 뉴스1

지난 8월29일 ‘2020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됐다. 총수입 규모는 약 482조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중 국세수입(약 292조원)은 0.9% 정도 감소한다. 총지출은 약 51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한 수준이다. 재정수지는 2019년보다 적자폭이 커져 국내총생산(GDP) 대비 3.6%로, 국가채무도 2019년보다 증가한 GDP 대비 39.8%로 예상된다.

2020년 정부예산에서는 보건복지 분야 사용 예산이 가장 큰 18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한다. 전년대비 예산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분야로서 전년 대비 27.5% 늘어난다. 그 외에 두 자리 수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이는 분야는 환경, 연구개발(R&D), 사회기반시설(SOC) 분야다.

미중 무역갈등의 심화, 일본의 수출규제 등의 여파는 2020년에도 우리에게 불리한 대외경제 여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예산안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불리한 대외경제 여건을 상쇄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체질 개선 및 성장동력 확충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활용할 것을 밝혔다. 조속한 자립이 필요한 핵심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우선 강화하고, 인공지능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핵심인프라 및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헬스, 미래차 등에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2020년 정부예산에 대하여 두 가지 방향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확장성이 충분치 못하다는 시각이 있고 확장성이 지나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후자는 재정건전성의 우려를 내포하는 관점이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향후 인구구조의 변화만으로도 재정이 취약해질 것이므로 추가적인 재정 확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8년의 재정은 실질적으로 매우 긴축적으로 운영돼 국민경제에서 정부부문의 역할이 경기를 하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2019년의 재정기조도 소극적인 수준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이 점을 감안하면 2020년 예산안에서 제시하는 재정확장의 수준은 2018년의 긴축재정에서 비축된 재정여력을 활용해 당시 수행한 경기수축적인 정부의 역할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정도로 보인다.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외경제 여건과 경기침체 초입의 거시경제적 상황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자면 정부가 제시한 2020년 예산안보다 훨씬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정부가 택한 2020년 예산안은 이러한 두 가지 중요한 고려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판단된다.

흔히 하는 오해와 달리 재정건전성 유지와 확장적 재정정책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처한 저성장 환경에서 현재와 같이 건전재정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조세수입 증대와 국가부채 확대를 통해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사회인프라 투자 등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효율적인 공공투자는 국민경제 전체의 생산능력을 증대시키고, 잘 고안된 R&D 투자나 조세지원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아동복지 증대나 노동시장의 취약 계층 지원은 노동공급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재정지출 확대로 경제성장률이 제고될 경우 오히려 재정수입이 증가해 재정건전성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재정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경제성장률 제고로 모두 확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노동, 복지, 교육에 대한 지출을 위해 조세부담률 제고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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