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협력 안 할 이유 없다”… 해임건의안 등 적극 공조 의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하고 나서면서 분열된 범 보수진영이 통합의 계기를 찾을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난립해온 범 보수진영이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반문(재인)ㆍ반조(국)’을 기치로 시너지를 낼 환경이 무르익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황 대표가 추석 여론을 배경으로 야권통합을 위한 구체적 행동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의 독선과 이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려면 자유민주의 가치 아래 모든 세력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며 연대 구축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뜻을 같이하는 야권과 재야 시민사회단체, 자유시민의 힘을 합쳐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한다”고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한 세력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황 대표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직접 찾았다. 황 대표는 약 5분에 걸친 손 대표와의 짧은 회동 뒤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조국 아니겠나. 그 문제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정당이 힘을 합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논의해보겠다”며 즉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황 대표는 정 대표에게도 조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정 대표는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손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바른정당계 수장 격인 유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딱히 협력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손 대표의 결정과는 별개로 공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한국당과의 연대 등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이날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는 옛 바른정당계인 이혜훈, 유의동, 하태경, 정운천, 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반문·반조’ 전선에 힘을 실었다.
황 대표가 이날 반문ㆍ반조 연대를 선제적으로 띄우고 나선 건 야권통합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해석된다. 일단 ‘반(反) 조국’을 고리로 그간의 느슨한 관계를 공고히 하면, 내년 총선 전 ‘한국당 중심의 야권통합’도 가능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당면 과제’인 조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 특검 통과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들 안건이 본회의에 오르더라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 중 일부가 이탈하면 가결이 불가능하다. 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는 성향상 범여권으로 분류되지만, 반 조국 깃발 아래에선 하나로 뭉칠 수 있다.
물론 연대가 실현되더라도 최종적인 야권통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리공화당이나 한국당 내 친박(근혜)계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유 전 대표 등 바른정당계와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점에선 바른정당계도 마찬가지다. 감정의 골이 아직 깊은 상황에서 인위적 연대가 얼마나 힘을 받겠냐는 회의적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계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 때도 여야 4당의 강행 처리에 함께 반대했으나 공조는 그때뿐이었다. 범 보수진영이 조국 정국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가시적인 통합의 성과를 내려면 박 전 대통령 탄핵 찬반 논쟁 등 묵혀둔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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