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 별도 서한 발송 시나리오 등 거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던진 조기총선 동의안이 하원에 의해 또다시 거부됐다. 야당의 ‘노딜(No Deal) 방지법’에 맞서 판을 새로 짜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강행하려던 존슨 총리의 시도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정부는 브렉시트를 연기하지 않겠다”며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거듭 확인하면서 브렉시트 혼전 양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BBC와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총선 동의안을 둔 영국 하원 표결 결과는 찬성 293표, 반대 46표로 집계됐다. 조기총선을 위해서는 434표(의석의 3분의 2)가 필요하지만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다. 지난 4일 표결에 이어 두 번째 조기총선을 위한 시도까지 하원에서 막힌 셈이다.
당초 존슨 총리가 조기총선 카드를 꺼낸 이유는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골자로 한 야당의 이른바 ‘노 딜 방지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서였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인 내달 15일 전 새로운 의회를 구성할 경우 브렉시트당과 연대해 브렉시트 의회 승인을 따낸다는 시나리오였으나 결국 브렉시트 반대 여론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반면 존슨 총리는 어떤 식으로든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재차 선언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서 “의회가 얼마나 많은 장치로 내 손을 묶든 나는 국익을 위한 합의를 얻어낼 것”이라며 “브렉시트 연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궁지에 몰린 존슨 총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단 EU에 대한 두 번째 서한 발송이 꼽힌다. 새로 제정된 노딜 방지법에 따라 EU에 브렉시트 연기 요청은 하되, ‘연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별도 서한을 보내 EU가 영국의 연기 요청에 불응하게 한다는 시나리오다.
아울러 브렉시트 연장을 위해선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하다. 존슨 총리가 개별 회원국과 별도로 접촉해 브렉시트 연장 반대표를 끌어내는 것도 존슨 총리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작전이다.
존슨 총리가 수감될 각오를 하고 노딜 방지법을 위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이언 덩컨 스미스 의원은 최근 “존슨 총리가 법을 어겨 수감된다면 ‘브렉시트 순교자’로 남을 것”이라며 위법을 무릅쓴 브렉시트를 부추겼다.
영국 하원은 이날 표결을 끝으로 10월 14일까지 정회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10년간 하원을 지켜온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내달 31일 의장과 의원직을 동시 사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수당 의원으로 EU 잔류를 주장해온 버커우는 브렉시트 일정을 마무리하겠다며 당초 지난 여름까지이던 임기를 지나 업무를 유지해왔다. 하원의원으로 22년, 의장으로 10년을 보낸 버커우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의회 내 대립 도중 굵은 목소리로 “오더(orderㆍ정숙), 오더”를 외치는 모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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