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급 여객선 절실하지만 기존 운항 여객선만 해도 포화상태… 선사들 “글쎄요”
울릉행 승객들이 경북 포항시 여객선터미널에서 포항-울릉을 운행하는 대형여객선 썬플라워호에 오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울릉도에 큰 배 좀 띄워주세요, 적자 전액 보전합니다.”

경북 울릉군이 툭하면 육지와 배가 끊기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적자 전액 보전’이란 파격적 조건을 내걸고 나섰다. 1년 전 ‘10년간 100억원 지원’ 조건보다 한 걸음 더 나갔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선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없는 살림에 ‘통 큰’ 제안을 한 울릉군은 이번에도 선사들로부터 바람을 맞지 않을까 속을 태우고 있다.

16일 울릉군에 따르면 ‘울릉-포항간 항로 대형여객선 유치 및 지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음달 18일까지 모집해 선정한다. 세부 내용을 보면 규모 2,000톤이 넘고 파고 4.2m 미만에 운항할 수 있는 여객선을 띄우면 운영 적자를 모두 지원한다는 것이다. 2,000톤 이상 선박에는 승객을 900명 정도 태울 수 있다. 정확한 손실 지원액은 공고에 따라 조건을 충족하는 선사가 나타나면 협상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울릉군은 지난해 9월 대형 여객선이 취항하면 운항보조금으로 10년간 최대 1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대형 여객선 지원 조례를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선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10년간 100억원 지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이번 조건에는 기름값 등 여객선 운항에 따른 필수경비와 선박 건조자금 마련을 위한 금융대출 이자상환금까지 보전 손실금에 포함됐다. 1년 전 조례보다 지원규모가 크게 확대된 셈이다.

선사들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적극 나서진 않고 있다. 공고를 낸 울릉군이나 경북도가 조례 등 지원 근거를 아직 마련하지 않았고 손실 보조금의 규모를 울릉군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울릉군이 제시한 조건의 대형여객선을 건조하는데 7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운영에 연간 40억원 이상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울릉 도동항으로 입항하는 대형여객선 썬플라워호.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에 대해 울릉군 관계자는 “이번 공모는 울릉과 포항구간 대형여객선을 취항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선사를 찾는 것이지 당장 여객선을 띄우는 게 아니다”며 “우선협상대상자를 찾아 협의 후 울릉군과 경북도가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선사는 배를 띄우기 위해 본격 준비를 하는 등 대형여객선을 운행하기 위한 시작이다”고 말했다.

육지와 울릉간 300~500톤급의 중형 여객선이 너무 많이 다니는 것도 해운사에 큰 부담이다. 여기다 2025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도 대형여객선 취항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울릉도에는 강원 강릉과 동해, 경북 울진과 포항 4개 노선에 여객선 8척이 다닌다. 해마다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 2, 3개월 썬플라워호를 비롯한 6척이 선박검사와 관광객 감소 등을 이유로 운항을 중단한다. 겨울철 운항하는 포항~울릉 구간 썬라이즈호(338톤, 442명)와 우리누리(534톤, 449명)호 모두 규모가 썬플라워호의 4분의 1도 되지 않아 파고가 3.1m 이상만 돼도 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도 두 척의 배는 12월과 1월 두 달 중 절반인 30일을 겨우 다녔다. 더구나 배가 작다보니 탑승객들의 뱃멀미가 심하고 평소 3시간30분 소요되는 운항 시간도 5시간 이상 걸리는 실정이다.

한 여객선 관계자는 “울릉군이 내건 운항 조건은 울릉군민의 이동권을 고려한 것이어서 관광객을 모집하는데 좋지 않은데다 공항까지 개항하면 적자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열악한 재정의 경북도나 울릉군이 연간 4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분을 과연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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