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로 향하는 프로야구 신인왕 경쟁이 ‘순수 고졸 신인’ 투수 정우영(20ㆍLG)과 ‘6년차 중고 신인’ 야수 김태진(25ㆍNC)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전반기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86을 찍고 정우영과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원태인(19ㆍ삼성)은 후반기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45로 부진하며 밀려났다.
개인 기록과 팀 성적을 살펴볼 때 한발 앞서 있는 쪽은 정우영이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 때부터 ‘제2의 임창용’이라는 구단의 기대대로 정우영은 초반부터 불펜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7월 26일 어깨 통증으로 25일간 이탈하면서 신인왕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 했지만 8월 20일 복귀 후 9일 현재 7경기에서 3홀드와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하며 건재를 알렸다. 시즌 성적은 49경기 출전에 4승4패 13홀드(공동 10위) 1세이브 평균자책점 3.02다. 팀 성적은 4위로 데뷔 첫해부터 ‘가을 야구’ 출격 가능성도 높다.
정우영은 일본 야구 대표팀 이나바 아츠노리 감독의 눈에도 들어왔다. 지난 6일 현장에서 정우영의 투구를 지켜본 이나바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정우영)는 우타자 허리 쪽으로 휘는 공이 좋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언론은 ‘임창용의 후계자’라고 언급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9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5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정우영이 좋은 흐름을 유지한다면 2017년 이정후(키움), 2018년 강백호(KT)에 이어 3년 연속 고졸 신인왕을 바라볼 수 있다. 고졸 투수로는 2007년 임태훈(두산) 이후 12년, LG 출신으로는 1997년 대졸 신인 이병규 이후 22년 만이다.
정우영의 대항마인 김태진은 소리 없이 신인왕 레이스에 가세했다. 프로 입단은 2014년이지만 지난해까지 1군 통산 타석 수가 40타석에 그쳐 신인왕 자격을 갖췄다. 야수는 입단 시즌을 제외한 5년 이내, 60타석 이내면 신인왕 후보가 된다. 데뷔 후 주 포지션인 2루수에 박민우가 버티고 있어 그동안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지만 지난 시즌 경찰청에서 전역한 뒤 조금씩 기회를 얻었고, 올해 1군 풀타임 선수가 됐다.
팀에 워낙 부상 선수가 많아 2루수, 3루수, 외야수까지 팀이 필요로 하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시즌 성적은 109경기 출전에 타율 0.283 5홈런 40타점 10도루다. 이동욱 NC 감독은 “LA 다저스의 크리스 테일러 같은 선수”라며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칭찬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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