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檢과 악연, 평검사와 대화 때 “목불인견” 자정능력 기대 꺾어
盧 겨냥 박연차 게이트 수사 놓고 “이전 정권 탄압 이해하기 힘들어”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은 검찰 개혁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문 대통령으로선 필연적 선택이라는 게 여권이 꼽는 정설이다. ‘운명의 정치 동반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개혁이 좌초되는 과정을 낱낱이 기억하는 문 대통령은 ‘두 번은 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을 법하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1순위 국정과제로 꼽는 데에는 참여정부 때부터 쌓은 검찰과의 질긴 악연이 영향을 줬다. 2003년 3월 노 전 대통령이 자청한 전국 평검사와의 대화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이 검찰의 자정능력에 대한 기대를 꺾은 계기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2011년 낸 책 ‘문재인의 운명’에 쓴 대목은 이렇다. “대화 자체를 검찰 개혁의 추동력으로 삼으려 했지만 (검사들 태도는) 목불인견이었다. 검찰 인사권을 내놓으라는 말만 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 검찰개혁에 관해 상당히 준비했음에도 헛수고가 돼버렸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참여정부는 검찰이 신뢰를 회복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배려’는 검찰 개혁 제도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이는 문 대통령에게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당시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확실히 선을 긋는 태도를 취하느라 대검 중수부 폐지도 실현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김인회 인하대 교수와 함께 쓴 책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2003년 수사를 두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 대가는 노무현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썼다.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와 후원자인 강금원씨 등이 구속됐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의 독립과 중립을 보장했지만, 정치 권력이 구체적 사건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제도화할 수 없었던 문제를 남겼다”며 “검찰 스스로 개혁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 필요성을 결정적으로 실감한 것은 2009년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였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끝나고 개혁을 둘러싼 참여정부와 검찰의 대립은 남아 있었다. 그 결과가 노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라고 위의 책에 썼다. 또 “‘이명박 정부로 정권 교체가 되고서 검찰이 이전 정부 세력을 정치적으로 보복하고 탄압하는 일이 지금의 시대에도 자행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거듭 밝힌 ‘개혁의 제도화’ 기조는 검찰의 속성에 대한 오랜 문제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를 고수한 것도 조 장관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방향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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