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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한일 핵무장론, 극우세력만 자극… 무의미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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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한일 핵무장론, 극우세력만 자극… 무의미한 전략”

입력
2019.09.10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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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한국아카데미 3기’ 개강… “북미 성과 얻지 못하면 트럼프 공세로 돌변할 것”

[저작권 한국일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아카데미 3기 개강식에서 '비핵화 협상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아카데미 3기 개강식에서 '비핵화 협상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최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통해 흘러나온 한ㆍ일 핵무장론을 향해 “한국과 일본의 극우세력만 자극한 채 외교적 효과는 거두지 못할 무의미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을 향해 “올해 안에 미국과 협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특보는 9일 한국일보가 개최한 제3기 한국아카데미 개강식에서 ‘북미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비건 대표(6일 미시간대 강연)의 주장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 특보는 “한일 핵무장론의 요지는 ‘북한과 중국에 대응해 한국, 일본을 핵무장 시켜 강력한 한미일 체제를 만들자’는 것인데 이는 동북아 지역 현실을 오판한 어리석은 전략”이라며 “한국이나 일본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오히려 대미 의존도가 낮아져 공조 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북ㆍ중은 한ㆍ일이 이미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전술핵 배치를 북중 압박용 또는 바게닝(협상) 칩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문 특보는 주장했다. 그는 실제 워싱턴에서도 핵무장론을 말하는 그룹은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여전히 핵확산 방지를 지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북미가 6ㆍ30 판문점 정상회동에서 합의한 실무협상이 두 달 넘게 지연돼 한일 핵무장론까지 대두한 상황에 문 특보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북한이 실무협상을 거부해 온 것은 ‘하노이 트라우마’ 때문”이라며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경험 때문에 북한 외무성 등 협상단이 더욱 철저하게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보상 조치를 검증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이 강경 태세를 이어가면 내년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까지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이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내년 이전 북미 대화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결집용으로 대북 위기를 활용하기 위해 공세로 돌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날 밤 담화로 ‘9월 하순 협상 재개’를 미측에 공개 제안한 가운데, 문 특보는 미국에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과 관련한 구체적 약속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 또는 정치ㆍ군사적 안전보장”이라며 “의미 있는 실무협상을 위해선 미국도 북측에 줄 수 있는 비핵화 보상책을 비쳐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아카데미 3기 개강식에서 '비핵화 협상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아카데미 3기 개강식에서 '비핵화 협상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날 문 특보의 강연으로 시작한 3기 한국아카데미는 ‘한국을 읽는다, 미래를 읽는다’는 주제로 약 3개월 간 총 12회 강좌를 이어갈 예정이다. 매주 월요일 열릴 강좌는 한일 갈등, 북한 경제, 4차 산업혁명, 밀레니얼 세대 등 사회 핵심 화두를 총망라해 다룬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최재덕 원광대 정치외교연구소장,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강연과 토론을 이끌며 한국 사회를 통찰한다.

이날 개강식에 참석한 이성철 한국일보 콘텐츠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국내외로 정치ㆍ이념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 많다 보니 우리 사회 미래와 관련해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도외시하기 쉽다”며 “국제관계와 역사, 자연과학, 사회학 등 강좌를 통해 우리 세대가 어디에 위치해 있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3~6월 진행된 제2기 한국아카데미 원우회장인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대표이사는 축사에서 “다양한 주제의 전문가들로부터 세상을 읽는 지혜를 얻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과정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김용진 서울대 사회과학대 겸임교수, 오광만 여신금융협회 전무이사, 장태종 노원구청 행정지원국장, 현천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각계 인사 40여명이 등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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