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3년 11.5% 인상안 거부… 항공편 1700편 취소
영국항공 조종사들이 설립 100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 인상을 이유로 한 시한부 파업에 돌입했다.
9일 BBC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항공조종사노조(BALPA)는 이날부터 48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1924년 설립 이래 최대 규모 파업이다. 전체 조종사의 90%인 4,000여명이 가입한 BALPA는 사측이 제안한 3년간 11.5%의 급여 인상 및 1% 보너스 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선택했다. 이번 파업으로 약 1,700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노조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임금을 깎고 이제 경영 정상화가 된 점을 감안해 노조원들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항공은 지난해 19억5,000만파운드(약 2조8,000억원)의 세전 영업이익을 냈으며, 모회사인 IAG도 전년 대비 9% 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측은 수익 증대는 유가 변동 등 비용 절감에 따른 결과물인 만큼 노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27일에도 쟁의를 예고해 놓고 있다. 사측은 이번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을 8,000만파운드, 피해 고객은 3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내년 1월까지 파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이 경우 수요가 몰리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항공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항공은 하루 800편 이상의 항공편을 운행하며 최대 14만5,000여명을 실어 나른다. 피해 고객들에게는 환불을 받거나 다른 날짜 항공편, 대체 항공사 항공편으로 예약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긴다. BBC는 “수주 전부터 파업이 예견돼 온 터라 고객들이 대체 항공편을 구하는 등 당장 항공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조종사들이 임금 문제보다 회사 전략에 큰 의구심을 갖고 있는 만큼 협상 타결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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