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전 중구 모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4명 사망 사건은 경제적 파탄으로 인해 가장이 가족을 모두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중부경찰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남편의 유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결과 등을 토대로 A(44)씨가 생활고 문제로 아내(33)와 딸(8), 아들(6)을 죽인 뒤 아파트에서 투신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은 낮다고 본 것이다.
국과수의 1차 감식 및 부검결과 아내와 자녀들의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로 잠정 확인됐다. 사망 시간은 지난 3일 오후부터 4일 오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 정밀 감식 결과 외부 침입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지난 3일 집에 들어갔다 4일 오전 8시 30분쯤 집을 나서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A씨는 집에서 나와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다 걸어서 5분 거리의 인근 아파트 25층에서 투신했다.
경찰은 A씨의 주머니에서 “사채로 채무가 많고, 사기를 당해 경제적 문제로 힘들다. 가족들이 집에 숨져 있으니 시신을 수습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 형식의 메모를 발견했다.
경찰은 사건 경위를 보강 조사한 뒤 제3자 개입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면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계획이다.
경찰은 다만 A씨 유서에 언급된 ‘사채 문제’는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건축업을 하던 A씨가 사채 변제 독촉을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의 금융 채무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사채를 썼는지 여부, 이용했다면 이자가 법정 한도를 초과하거나 불법 추심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수사결과 사채업자의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처벌할 예정이다.
대전지검은 A씨 부모 등 유족에 400만원의 장례비를 긴급 지원했다. 가해자가 사망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또 유족들이 상속 포기 및 개인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법률상담을 돕기로 했다.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우울감 등의 증세를 겪고 있어 유족 거주지 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심리치료도 지원할 계획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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