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없고 검찰개혁 완성 적임자
장관직 수행과 검찰 수사는 별개”
정기국회 공전 등 후폭풍 거셀 듯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2019-09-09(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했다. ‘조국 논란’에 밀려나 있던 최기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정옥(여성가족부) 한상혁(방송통신위) 조성욱(공정거래위) 은성수(금융위) 후보자들도 함께 임명했다. 이로써 8ㆍ9 개각 후 한 달 만에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이 완료됐다. 그러나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이자 사법ㆍ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내세운 조 장관과 가족의 공정성 논란 및 재산 의혹으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고 급기야 검찰이 수사에 나서 가족을 기소한 상황에서 조 장관을 임명한 까닭에 정국은 후폭풍과 격랑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재가한 6명의 장관ᆞ장관급 인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청문회 검증을 마주해야 하는 인사권자의 고충을 토로한 뒤 좌우 진영 싸움으로 번진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배경을 길게 설명했다. 인사청문회 등 절차적 요건을 거친 후보 본인에게서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임명하는 것이 원칙과 일관성에 부합한다는 설명이 첫째다. 둘째는 ‘권력기관 개혁 공약을 법과 제도로 완성하는 것이 촛불정부의 핵심 과제인 만큼 개혁 과정에서 자신을 보좌해온 조 장관에게 마무리를 맡기려는 뜻’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되고 기소까지 된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검찰이 이미 행동으로 엄정한 수사 의지를 보여줬다”며 “검찰과 장관이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면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 요구와 상실감을 절감해 무거운 마음”이라며 “특권과 반칙, 불공정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숙고를 거듭하던 문 대통령이 대학가의 촛불시위와 일부 진보 진영의 반대는 물론 ‘윤석열 검찰’과의 마찰을 무릅쓰고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에는 이 같은 설명 외에 ‘여기서 물러나면 게도 구럭도 다 잃는다’는 여권의 정무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진보 엘리트층의 특권적 불공정 행태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로 표출된 반대 여론이 부담스럽지만, 검찰 수사와 야당 공세의 기세를 볼 때 자칫하면 조국도 잃고 개혁동력도 사라져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을 보더라도 조국을 옹호하는 핵심 지지층에 등을 돌리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정치공학적 계산과 진영 논리가 어른거리는 문 대통령의 설명이 여론의 실망과 허탈감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총력 수사에 나설 태세고, 야권은 ‘법치주의 사망’을 외치며 해임건의안ㆍ국정조사ㆍ특검 등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추석 이후 정기국회의 장기 공전마저 점쳐지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 개혁을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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