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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 대화 복귀 안 하면 트럼프 매우 실망할 것”

입력
2019.09.09 17:24
수정
2019.09.10 00:4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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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강경 메시지… 비핵화 협상 실패 언급 잇따르며 플랜B 논의 관측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북한을 재촉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 수위가 차츰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실시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대화에 나올 것이란 기대와 달리 북한의 대화 거부가 길어지면서 트럼프 정부의 인내심도 바닥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에 ‘수일 혹은 수 주’의 기간을 특정하고 협상 복귀를 압박하면서 대화의 창이 머지 않아 닫힐 수 있음을 사실상 경고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ABC 방송 ‘디스 위크(This Week)’와의 인터뷰에서 “수일 내 아니면 아마도 수 주 안에 우리가 그들(북한)과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길 기대한다"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지 않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 만나 합의한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inconsistent) 미사일 시험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very disappointed)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간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과의 실무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를 줄곧 피력해왔던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실망’을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내 만연한 대북 회의론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로 방어해왔던 그가 대화 실패를 가정하는 언급을 내놓은 것은 행정부 내 좌절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대북 결의 위반이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은 매우 분명하고, 그가 아직은 이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그가 그런 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는 데 대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그가 이(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 위반은 아니라며 용인해왔던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 틀을 유지하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이전과는 한층 달라진 기류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의 임무는 매우 분명하다”라며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 완전하고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계속 노력하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 실패’를 가정한 언급은 6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강연에서도 나왔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협상 실패 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핵무장론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고, 같은 날 미국 의회 조사국(CRS)도 ‘비전략 핵무기’ 보고서에서 “미국의 동맹들이 미 핵무기의 신뢰성을 자신하지 못하면 할 수 없이 그들 자신의 핵무기를 획득해야 한다고 느낄지 모른다”라며 분석가들을 인용해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 입에서 ‘비핵화 협상 실패’를 가정하는 언급이 잇따라 나온 것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성 메시지 성격이 담기긴 했으나 트럼프 정부 내에서 협상 실패에 대비한 ‘플랜 B’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 정부 내에서 좌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국무부가 이달 말 유엔총회에서 공개적으로 대북 압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1부상이 지난달 말 담화를 내고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고 압박한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인내심이 말라가고 있어 북미 대화 국면이 갈수록 어두운 터널로 들어서는 양상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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