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반 깜짝 트레이드 된 베테랑 투수 송은범(35ㆍLG)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송은범은 지난 7월 30일 한화에서 LG로 전격 트레이드된 뒤 불펜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는 2-1로 살얼음판을 걷던 7회 1사 1ㆍ2루 위기에서 등판, 슬라이더만 4개를 던지며 상대 간판타자 김재환과 허경민을 잇달아 범타로 유도했다. LG는 이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결국 2-1로 승리, 두산전 4연패에서 벗어났다. 송은범과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 유강남도 “김재환 선수가 약한 코스에 정확하고 완벽하게 슬라이더가 들어왔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1일 SK전에서는 4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불펜 투수로는 상당히 많은 44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마당쇠’ 역할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트레이드 당시 한화에서 시즌 평균 자책점 5.14였던 송은범은 LG로 이적 후 4.59까지 끌어내렸다. 이적 후 성적만 따지면 16경기에서 7실점(6자책) 4홀드(평균자책점 3.38)를 기록하면서 이동현(36)의 빈 자리를 효과적으로 메우고 있다.
구위도 전성기 모습을 되찾고 있다. 그의 주무기인 투심패스트볼은 시즌 초중반 139.8~143.8㎞에 그쳤지만, 이적 후 경기당 평균 141.0~145.9㎞를 찍고 있고, 평균 145㎞를 넘는 경기가 6경기나 된다. 송은범의 가세로 LG 불펜은 좌완 진해수(33ㆍ3.57)와 김대현(22ㆍ4.21), 정우영(20ㆍ3.02), 고우석(21ㆍ1.31)까지 베테랑 2명에 영건 3명으로 짜임새까지 갖췄다. 올 시즌 LG는 5회까지 리드시 49승1무3패(승률 94.2%), 7회 리드시 56승1무1패(98.2%)로 이 부문 1위다.
정규리그에서의 활약도 빛나지만 구단은 가을 야구에서 베테랑의 진가를 송은범에게 기대하고 있다. LG는 9일 현재 70승 1무 56패(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트레이드 당시 류중일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려면 경험이 많은 송은범이 필요하다”며 영입 이유를 밝혔다.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하는 정우영과 고우석에 앞서 마운드에 올라 중압감을 풀어주는 게 그의 몫이다. 신인 투수들이 느끼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중압감은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가을야구를 눈앞에 둔 LG가 송은범과의 동행을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은범은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18경기 4승2패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00으로 매우 강했다. 한국시리즈에서만 12번이나 마운드에 올랐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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