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 실패 염두 핵무장론 제기
비건 이어 북한 협상 복귀 압박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억지력을 신뢰하지 못할 경우 자체 핵무장 필요를 느낄 가능성을 지적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핵 협상이 실패하면 한일이 핵무장으로 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거론한 데 이어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미 당국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CRS에 따르면 이 기관은 6일 업데이트한 ‘비전략 핵무기’ 보고서에서 “많은 분석가는 (미국의) 동맹들이 미 핵무기의 신뢰성을 자신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그들 자신의 핵무기를 획득해야 한다고 느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콕 집어 지목하며 “두 나라는 중국이나 북한처럼 핵무장한 이웃으로부터 위협과 협박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가 공개된 날은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미시간대 강연에서 북미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언급한 날이기도 하다.
물론 CRS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비전략 핵무기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북핵 실무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비건 대표의 강연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미 행정부 고위 인사와 의회보고서가 비슷한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CRS 보고서는 또 “최근 몇 년간 일부 한국 정치인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험하는 것에 대응해 미 비전략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심지어 한국의 자체 핵능력 개발을 요구해 왔다”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관점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미국의 안전보장이 취약하다는 일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지난 7월 북한이 두 차례 연이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진영 일각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핵잠수함 도입 등의 방안이 거론됐던 점을 염두에 둔 풀이로 보인다.
보고서는 “많은 분석가들은 확장억지가 미국의 비전략 핵무기 이상에 기초한다고 지적한다”며 미국이 한국과 연합훈련에서 분쟁 시 전력 투입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따금 B-2, B-52 폭격기를 출격시킨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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