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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역대 5위… 마른 태풍 탓 피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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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역대 5위… 마른 태풍 탓 피해 적었다

입력
2019.09.08 19:04
수정
2019.09.08 19: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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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 이전 태풍과 다른 점은

8일 오전 전남 순천시 낙안면 신기마을에서 김근철씨가 태풍 '링링'으로 땅에 떨어진 배를 주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낙안면에서는 180개 농가 가운데 50% 이상이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순천=연합뉴스
8일 오전 전남 순천시 낙안면 신기마을에서 김근철씨가 태풍 '링링'으로 땅에 떨어진 배를 주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낙안면에서는 180개 농가 가운데 50% 이상이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순천=연합뉴스

제13호 태풍 ‘링링’은 많은 비를 뿌리기보다 강한 바람을 몰고 와 큰 피해를 남겼다. 강풍의 위력은 역대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 가운데 5위에 해당할 정도로 강력했는데,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는 7일 오전 최대 순간풍속 초속 54.4m(시속196㎞)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역대 태풍 중 순간 풍속 값이 가장 높았던 것은 2003년 ‘매미’로 초속 60.0m를 기록했고, 2위는 2000년 ‘쁘라삐룬’, 3위는 2002년 ‘루사’, 4위는 2016년 ‘차바’ 순이었다. 2012년 국내에 큰 피해를 남겼던 태풍 ‘볼라벤’의 최대 순간풍속은 51.8m, 2010년 태풍 ‘곤파스’는 45.4m로 링링보다 약했다. 볼라벤은 연이어 발생한 태풍 ‘덴빈’과 함께 6,365억원의 재산피해를 줬고, 쁘라삐룬은 2,520억원, 곤파스는 1,67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링링은 서해안을 타고 올라와 북한을 관통한 뒤 소멸했는데, 이 같은 이동경로는 쁘라삐룬, 볼라벤, 곤파스와 비슷했다. 곤파스보다는 서해안에 더 근접한 상태로 북상했으나 더 북쪽으로 상륙했다. 쁘라삐룬, 볼라벤과는 상륙 지점이 비슷했지만 볼라벤은 링링보다 좀더 내륙 쪽으로 쁘라삐룬은 좀 더 해안 쪽에서 북상했다. 태풍의 규모나 강도, 이동 경로 면에서 이들 태풍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도 링링이 남긴 인명ㆍ재산피해가 그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강우량이 적은 ‘마른 태풍’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도 윗세오름은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과 지형적인 영향까지 겹쳐 6일부터 8일까지 누적 강수량이 420㎜를 기록했고 신안 가거도에도 145㎜의 비가 내렸지만 중부 지방은 10~40㎜에 그쳤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이번 태풍은 중심부 기준으로 왼쪽 지역의 서해상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를 뿌린 반면 중심부 오른쪽인 우리나라에는 비 대신 강풍을 몰고 온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은 소멸했지만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북상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10일까지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11일부터 추석 연휴까지는 대체로 맑거나 구름 많은 날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을철 태풍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윤 통보관은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면 태풍이 10월 말이나 11월 초까지도 발생하고 있어서 링링 이후에도 강한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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